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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과거사 문제, 6자회담서 푸는게 효과적”

입력 | 2012-10-03 03:00:00

■ 재일교포 2세 강상중 도쿄대 교수




강상중 교수는 한일 간의 과거사를 중국 북한 미국 러시아와 함께 논의하는 것이 대립을 완화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국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중-일 간의 갈등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재일교포 2세 정치학자인 강상중 일본 도쿄대 학제정보학부 교수(62)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나 “한국은 감정적 반응을 자제하고 차분히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일본은 센카쿠 열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데도 굳이 국유화를 선언함으로써 중국과 대만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국제사회에 센카쿠 열도가 영토분쟁 상황에 놓였음을 알린 셈”이라며 “한국이 독도를 실효 지배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도발적 발언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도쿄대 현대한국연구센터장을 맡아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강 교수는 지난달 26일 방한해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이사장 한상진)이 주최한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뒤 28일 출국했다.

일본이 과거사를 깨끗이 인정하지 않아 걸핏하면 동북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데 대해 강 교수는 “일본은 이미 한국 중국과의 국교 회복을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전후 1950∼70년대에 고도성장으로 황금기를 맞은 반면 한국은 군사정권의 통치, 중국은 문화대혁명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를,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를 맺었다는 것. 강 교수는 “1965년 한일협정 때 제기되지 못했던 일본군 위안부, 노동자 강제연행, 재일동포 지위 문제 등이 냉전체제의 붕괴 이후 어젠다로 등장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새로운 접근을 할지가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극우 정치세력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신임 자민당 총재에 당선됨으로써 차기 일본 총리가 될 가능성이 유력해진 가운데 강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해온 아베 총재가 향후 고노 담화를 완전히 부정할 경우 한일 관계가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해 그는 “과거사 문제를 한일 양자 간에 풀려고 하면 대립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며 “한일 양국을 넘어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과거사 문제를 푸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한국의 주도로 일본 중국 북한 미국 러시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6자회담을 추진하도록 내년부터 적극 움직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기 한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새 정권이 들어서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움직일 것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연임에 성공하면 북한에 우호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여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잇달아 상승하자 한국 경제가 20년 안에 일본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 교수는 “일본 경제계에서는 한국을 경제적 라이벌로만 여길 게 아니라 동아시아의 허브라는 한국의 이점을 인정하고 함께 경제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학술서뿐만 아니라 자전 에세이 ‘어머니’, 젊은 시절의 독서록인 ‘청춘을 읽는다’ 등 다양한 책을 써온 그는 내년에 연애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국제정치나 시민사회라는 커다란 범주에서 벗어나 개인들 간의 사랑과 우정에 주목하고자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