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의 좌장 격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교수 출신이지만 노태우 정부에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냈다. 김 위원장은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 세 차례 전국구(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데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까지 해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권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경제민주화를 놓고 김 위원장과 대립하는 이한구 중앙선대위 공동의장(원내대표)은 옛 재무부의 요직인 이재과장을 지낸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약자인 MOF를 마피아에 빗댄 말) 출신이다. 박 후보를 뒷받침하는 원로 그룹을 이끄는 김용환 전 의원은 박정희 정권에서 재무부·상공부 차관을 거쳐 대통령경제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의 영입이 불투명해지면서 대안으로 박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재무부와 라이벌 관계인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다. 호남 출신의 진 전 부총리는 노태우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까지 차관급 두 차례, 장관급 네 차례, 부총리 한 차례의 공직을 거치는 기록을 남겼다.
무소속 안철수 캠프가 영입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모피아’ 출신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경제사령탑이었다.
최근 전직 경제 부처 수장들이 주축이 된 건전재정포럼이 집단적으로 대선후보들의 선심성 경제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에서 보듯이 이들은 퇴임 후에도 영향력이 여전하다. ‘퇴임하면 그만’인 대부분의 다른 분야 행정 관료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정·관가에선 “경제정책에 정통한 경험 있는 경제관료 풀이 제한적이라 어쩔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때마다 경제와 재정 문제가 주요 현안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안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영향력 있는 경제관료 출신을 중용하는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후보들의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권을 바꿔가며 등장하는 일부 인사에 대해선 ‘영혼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