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 개발을 처음 주도한 것은 전위적 예술운동인 ‘플럭서스’의 창시자 조지 마치우나스(1931∼1978)였다. 백남준과 함께 활동했던 그는 동료들과 의견이 맞지 않자 예술의 길을 접고 부동산 개발에 눈을 돌렸다. 소호에 있는 건물을 사들인 뒤 예술가들에게 싼값에 공급해 예술인 거리 형성에 앞장섰다. 예술은 대도시뿐 아니라 시골마을도 살려낸다. 일본의 작은 섬 나오시마는 구리 제련소가 있던 곳이다. 환경오염 때문에 주민이 떠나가면서 불모의 땅처럼 변했다. 그러나 한 기업인의 주도로 1989년부터 섬 재생 프로젝트가 펼쳐져 이제 이곳은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순례코스로 떠올랐다.
▷문화를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빌바오 효과’라고 부른다. 스페인 북부 항구도시 빌바오에서 따온 말이다. 철강과 조선 등 주력산업이 쇠퇴하면서 실업률이 치솟고 쇠락의 길을 걷던 이 도시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색다른 선택을 한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유치한 것이다. 1997년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지은 미술관을 개관하면서 인구 35만 명의 도시에 한 해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