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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결혼의 계절, ‘마이 프레셔스’ 기준은 애정 50%+실속 50%

입력 | 2012-10-05 03:00:00

■ 결혼의 계절, 요즘 ‘절대 반지’ 트렌드는




럭셔리 보석 브랜드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결혼반지들. 왼쪽부터 피아제의 ‘포세시옹 컬렉션’, 모부생의 ‘찬스 오브 러브 링’, 반클리프&아펠의 ‘페를레링’, 부셰론의 ‘카트르링’. 각 업체 제공

‘결혼과 동시에 당신은 세 가지 ‘링(ring)’을 끼게 된다. ‘웨딩링(결혼반지), 서퍼링(suffering·고통), 인듀어링(enduring·견디기).’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순간부터 많은 것들은 현실이 된다. 다이아몬드 반지는 결혼식에서만 내 손을 비추던 후광이었다. 무리해서 마련한 각종 예물세트는 낄 새 없이 보석함으로 향한다. 결국 몸의 일부처럼 함께하는 것은 왼손 약지에 낀 소박한 반지 하나.

경기침체와 실속형 소비 경향이 맞물리며 예물은 간소화됐다. 다이아몬드, 진주, 사파이어, 루비, 24K 금으로 구성된 예물 3종, 5종 세트들은 옛날 얘기다. 대신 예비 신부들의 관심은 일상생활에서도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반지로 모이고 있다.

반지를 고르는 경향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메인 다이아몬드를 부각한 ‘솔리테어 링’과 겹쳐 낄 수 있는 얇은 반지인 ‘가드 링’을 함께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솔리테어 링조차 과감히 생략하고 웨딩밴드(평소에 끼는 커플링)만 하는 것이다. 예물이 자산이 아닌 평소 자신을 꾸밀 수 있는 패션의 개념으로 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보석업계 관계자들은 ‘알반지’에 대한 집착이 없어진 젊은 세대들은 커플링으로 만족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다 보니 신부에게 반지가 가지는 의미는 ‘반지의 제왕’의 골룸에 뒤지지 않는다. 절대 반지에 집착한 골룸처럼 절박하진 않지만, 무엇보다 소중하다. 반지를 고르는 기준도 더 엄격해졌다. 무작정 비싼 브랜드만 선호한다는 말이 아니다. 디자인과 착용감은 물론이고 남들과 다르고, 특별한 의미까지 바라게 된다.

위크엔드3.0은 예비 신부들의 ‘절대 반지’ 선택을 돕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갤러리아백화점 등에 입점한 보석 매장을 둘러봤다. 골룸의 명대사처럼 ‘이츠 마이 프레셔스’라고 할 수 있는 웨딩밴드들이었다.

모부생

올가을 모부생(Mauboussin)에서는 ‘아무르 주 템(사랑을 사랑하다)’ 컬렉션을 내놓았다. 브랜드 특유의 아르데코 스타일을 지향하는 이 컬렉션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다이아몬드의 의미와 웨딩밴드의 실용성을 결합했다. 다이아몬드링을 할지 웨딩밴드만 할지 고민한다면 일종의 절충안이 될 수 있는 제품이다.

링의 표면이 올록볼록한 엠보싱 장식으로 돼 화려함을 더했다. 두 개의 작은 ‘바게트컷’ 다이아몬드(0.04캐럿×2) 사이에 0.07캐럿짜리 메인 다이아몬드가 박혔다. 총 0.15캐럿. 색상은 화이트골드, 옐로골드, 핑크골드 세 가지다.

‘아무르 주 템’의 디자인이 너무 화려하게 느껴진다면 ‘아무르 드 마 비’ 컬렉션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컬렉션은 ‘내 인생의 사랑’이라는 뜻으로 모부생을 대표하는 웨딩밴드 컬렉션. 단순하면서 절제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두께는 2mm와 3.5mm 두 가지다.

갤러리아백화점의 박혜경 매니저는 “각기 다른 색상과 크기의 반지를 겹쳐 끼면 더욱 멋지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프랑스의 5대 주얼리 브랜드인 모부생은 2000년도부터 ‘어포더블 럭셔리’를 지향해 가격 면에서도 큰 부담이 없다. 두 컬렉션 모두 10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쇼메

쇼메(CHAUMET)의 ‘리앵(Liens) 컬렉션’은 1977년 출시된 이후 쇼메를 대표하는 컬렉션이 됐다. 밴드의 떨어진 부분을 연결해주는 고리 부분은 인연이라는 반지의 뜻을 잘 표현해 준다. 밴드의 두께와 세부 디자인에 변화를 주며 다양한 모델이 출시됐지만 기본 디자인은 오랫동안 변함없다. X자로 크로스된 연결고리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프르미에 리앵’도 인기있다.

리앵이 고유의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면 ‘토르사드 컬렉션’은 안정된 착용감을 자랑한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빛깔이 오래가는 플래티넘 소재로 제작돼 끼어보면 묵직함이 느껴진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임창현 매니저는 “디자인보다 평상시 편하게 낄 수 있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예비부부들이 선호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여성보다 남성이 더 선호하는 것도 특징이다.

토르사드 링 특유의 나선형 무늬는 유래를 알고 나면 달리 보인다.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 한가운데 세워진 꽈배기 모양의 기둥을 본떠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기둥은 나폴레옹이 전투의 승리를 기념해 적의 대포를 녹여 만들었으며 그 후 승리와 힘을 상징하는 역사적 유물로 알려져 있다.

부셰론

부셰론(BOUCHERON·부슈롱)의 ‘카트르(Quatre) 컬렉션’은 2004년 출시된 이후 이 브랜드의 대표적인 웨딩밴드가 됐다. 카트르는 숫자 4를 뜻하며 강한 결속을 의미한다. 옐로골드, 화이트골드, 핑크골드, 초콜릿골드 등 서로 다른 네 가지 링이 겹쳐 있어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뛰어난 착용감이 특징이다. 특히 초콜릿골드는 부셰론이 특허를 가지고 있어 다른 브랜드에서 카피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출시된 ‘폴리카트르 컬렉션’은 두 개의 링이 겹쳐 있어 보다 가벼운 느낌을 준다. 초콜릿골드와 핑크골드로 이뤄진 것은 주로 여성이, 블랙골드와 화이트골드가 어우러진 것은 주로 남성들이 선호한다. 부셰론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는 동양인의 피부색과 맞는 핑크골드가 웨딩반지에서 점차 선호되고 있다. 최근에는 화이트골드와 블랙골드로 이뤄진 ‘카트르 블랙 에디션’이 새롭게 출시됐다.

피아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포세시옹(Possession) 컬렉션’은 두 개의 링이 서로 맞물려 변치 않고 끝없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한다. 결혼을 통해 두 개의 운명을 하나로 결합한다는 의미도 있다. 정교하게 마감된 골드링 위로 또 하나의 골드링 혹은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작은 보석을 촘촘하게 붙이는 기법)된 골드링이 서로 연결돼 소리와 함께 광채를 낸다.

포세시옹 컬렉션은 개성이 강하고 유행에 민감한 커플을 위해 다소 도발적인 ‘포세시옹 셀레브라시옹(Possession Celebration)’도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하나의 링 위로 체인 형태의 링이 연결된 게 특징. 체인 형태의 링은 아래의 링 주위를 부드럽게 스치면서 독특한 소리를 낸다.

반클리프&아펠

결혼의 계절이 다가오며 반지를 고르는 예비 부부들의 고민이 커졌다. 요즘에는 다이아몬드 반지 대신 평상시에도 부담 없이 낄 수 있는 웨딩밴드가 인기다. 사진은 3일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반클리프앤아펠’ 매장. 신세계백화점 제공

프랑스 두 보석 가문의 자제였던 알프레드 반 클리프와 에스텔 아르펠의 사랑과 결혼을 통해 시작된 ‘반클리프&아펠(Van Cleef&Arpels)’은 반지에 담긴 스토리텔링을 가장 중요시한다. 각각의 제품에 숨어 있는 제작 사연을 참고해 반지를 선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에스텔링’은 에스텔 아르펠에게 바치는 경의의 표시로 제작됐으며 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프러포즈 링이 됐다. 플래티넘 밴드의 양쪽을 장식한 비즈 세팅의 정교함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웨딩밴드 중에는 플래티넘으로 제작돼 ‘반클리프&아펠’이라는 브랜드 로고가 필기체로 새겨진 모델이 인기가 높다. 결혼기념일과 신랑신부의 이니셜을 반지 안쪽에 새겨 반지에 자신만의 의미를 담을 수 있다.

카르티에

카르티에의 웨딩밴드. 반지 전면에 브랜드 로고가 새겨져있다. 카르티에 제공

핑크골드(사랑) 옐로골드(충성) 화이트골드(우정) 등 링 세 개가 엮인 ‘트리니티 드 카르티에(TRINITY De Cartier)’의 인기는 여전하다. ‘트리니티 컬렉션’은 1924년 처음 출시됐으며 금속의 색상과 소재, 밴드의 두께 및 링의 개수 등을 변형한 다양한 모델이 나와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