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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위정유목(爲政猶沐)

입력 | 2012-10-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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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하는 것은 머리를 감는 것과 같아서 머리카락을 버리게 되더라도 반드시 머리를 감아야 한다(爲政猶沐也, 雖有棄髮, 必爲之).” 작은 손실에 연연하다가 큰 이익을 허물게 된다는 의미다. 한비자 ‘육반(六反)’ 편에 나온다.

‘육반’이란 여섯 가지 상반되는 일이라는 뜻인데,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에 따라 상반되는 입장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육반 편에서 한비는 말한다.

“죽음을 두려워하며 곤란을 피하는 자는 적에게 항복하거나 도망가는 백성인데도, 세상 사람들은 이들을 생명을 아끼는 인물이라 하고, 옛 성현의 도를 배워서 자기의 주의를 확립한 자는 법령을 무시하는 인물인데도, 세상 사람들은 학문이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중략) 도둑의 목숨을 살려주고 간악함을 숨기는 자는 사형에 처해야 마땅할 것인데도 사람들은 이들을 의협심이 있고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는 인물이라고 한다.”

한비가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을 예시한 이유는 군주의 판단력이란 세상의 평가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심지어 사악한 일을 자행해 벌을 받아야 하는데도 상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작은 손실에 해당된다. 그렇다고 해서 감지 않을 순 없다. 군주는 전후 사정을 잘 헤아려 균형의 정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군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주변의 모략과 음모 및 책략은 도처에서 언제든 시도된다. 세상에 아첨 싫어하는 리더가 있는가. 감언이설에 속아 패망의 길을 걷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군주들은 늘 있어 왔다.

굳이 한비의 지적을 살피지 않더라도 인간은 저마다 사리사욕을 내세우기 마련이다. 그러니 때로는 작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큰 이익을 위해서는 대승적 결단을 내리는 리더의 균형 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권을 향한 유력 후보 3인방에게도 예외는 없다. 정치의 경직화란 주변 사람의 문제로 귀결되는 법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