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 전문화가 신수성 씨
발달장애를 딛고 동물 전문화가가 된 신수성 씨가 4일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 씨는 2008년부터 매주 이곳을 찾아 동물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려 왔다. 에버랜드 제공
발달장애를 가진 한 청년이 동물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장애를 치유하고 동물 전문화가로 데뷔했다. 4일 에버랜드 동물원으로부터 명예사육사로 임명된 신수성 씨(27·서울 용산구 한남동)는 발달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말이 어눌하고 남과 눈을 잘 마주치지도 못해 부모 속을 태웠지만 신 씨의 동물 사랑이 이를 극복하는 계기이자 수단이 됐다.
신 씨의 동물 사랑은 어릴 적 집에서 강아지와 토끼 오리 등 동물들을 키우면서 시작됐다. 주말마다 동물원을 찾던 신 씨는 고교 때부터는 동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동물을 좀 더 세밀하게 묘사하기 위해 대학도 고교 추천으로 청강문화산업대 컴퓨터그래픽과에 들어갔다. 2008년 졸업 후에는 에버랜드 동물원으로 출퇴근하다시피 했다. 사흘이 멀다 하고 찾은 횟수가 무려 500번이 넘는다.
신 씨는 “동물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다 보니 어디가 아픈지,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됐다”며 “이런 과정이 발달장애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과 사육사들과 친해지고 소통하면서 신 씨의 대인기피 경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낯선 사람은 물론이고 가끔씩 보는 친척들에게도 입을 다물던 신 씨가 이제는 먼저 말을 걸고 대답도 곧잘 하게 된 것.
신 씨는 올해 7월 한 달간 서울 종로구의 한 화랑에서 동물 전문화가들과 함께 자신이 그동안 그린 코끼리 침팬지 사자 등 동물 그림 265점을 전시했다. 그중 몇 작품은 호평을 받고 팔리기도 했다. 전시작들은 신 씨의 맑고 순수한 시선이 반영돼 생동감 있고 아기자기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머니 이정례 씨(51·재일교포)는 “수성이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화가라는 말까지 듣게 돼 정말 뿌듯하다”며 “사육사님들 한 분 한 분이 무척 따뜻하게 대해준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권수완 에버랜드 동물원장은 “신 씨의 경우처럼 동물을 매개로 사람과 동물 간 상호 교감을 이용한 치료가 최근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