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에 취하고 맛에 반하고
올해는 송이 생산량이 늘어 축제의 재미가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울진송이축제에 참가한 아버지와 딸이 솔잎에 숨은 송이를 조심스럽게 캐고 있다. 울진군 제공
10m 높이의 나무들 사이로 솟은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수직낙하한 물은 마른 땅을 촉촉이 적셨다. 솔잎을 조심스럽게 걷어내자 숨어 있던 송이가 반갑게 고개를 내민다. 단단한 질감과 진한 향을 자랑하는 ‘금강송이’다. 숲 곳곳에 갓을 내민 송이들 때문에 숲은 송이 특유의 향으로 가득하다.
○ 팔방미인 송이
울진군은 5∼7일 울진엑스포공원에서 금강송 송이축제를 연다. 양양군도 명품 송이를 전국에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1997년부터 송이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도 7일까지 양양 남대천 둔치와 송이 산지에서 축제가 진행 중이다. 양양송이는 향토 기업들이 송이주 송이장조림 장아찌 차 음료 젤리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 풍년 맞은 가을송이
송이는 지난해 이상고온 현상으로 생산이 저조했지만 올해는 기후조건이 좋은 데다 지방자치단체의 환경개선 사업 덕택에 수확량이 늘었다. 금강송이 재배는 송이가 자라는 소나무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핵심. 가지치기와 낙엽치우기, 물 공급시설 설치 등을 통해 최적의 자연환경을 만든 결과다. 울진군은 1991년부터 올해까지 산림 5100ha에 75억여 원을 들여 송이산 가꾸기에 공을 들였다.
산림조합중앙회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3일까지 수매한 전국 송이량은 18만 kg(공판가격 206억 원). 흉작이었던 지난해 수매량 2만4000kg(공판가격 52억 원)보다 8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풍이었던 2010년과 비슷한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덕분에 송이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국 송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경북으로 전국 미식가들이 몰리고 있다. 현재 1등급 공판가격의 경우 지난해 kg당 40만∼50만 원보다 10만 원 이상 저렴하다. 지난달 폐막한 경북 봉화송이축제장에는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렸다. 지금도 주말 경북 영덕과 울진 봉화의 직판장은 송이가 다 팔려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경북에 이어 강원 양양군과 인제군도 송이의 주산지로 꼽힌다. 특히 전국 최초로 지리적 표시제 상품(산림청 1호)으로 등록된 양양송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적송림이 잘 발달해 송이균환 형성층이 두껍고 일교차가 커 송이 생육에 최적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크기도 다른 지역보다 1, 2cm 크고 향과 씹히는 맛이 좋다.
양양송이는 ‘황금송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 생산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흉작일 때는 1등급 1kg이 100만 원을 넘기도 한다.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다소 늘어난 올해도 만만치 않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양양송이영농조합법인에 따르면 3일 송이 낙찰가는 1등급 1kg이 46만9000원, 2∼5등급이 35만9000∼13만1000원이다. 소비자가격은 이를 훨씬 웃돈다.
이근천 양양송이영농조합 대표는 “양양송이는 탄력이 뛰어나면서도 향이 우수하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생산량은 적지만 지역 특유의 토질과 기후 덕에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울진=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양양=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