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합동조사단 실사… “특별재난지역 지정도 검토”
9월 27일 발생한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불산(弗酸·불화수소산)가스 누출 사고 피해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5일 구미시에 따르면 사고 발생 이후 5일 오후까지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모두 1594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하루만도 700여 명이 늘어난 것.
○ 사고반경 4km까지 준위험지역 지정
불산가스 얼마나 독했으면… 정부합동조사반이 지난달 27일 발생한 경북 구미시의 화공업체 가스 누출 사고로 인한 피해를 점검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됐다. 5일 조사반이 바짝 마른 멜론을 살펴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소량 노출도 치명상 될 수 있어
김성진 계명대 의대 교수(응급의학과)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불산에 노출된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는데 소량 노출에도 나중에 폐 손상까지 진행됐다”고 말했다. 2010년 4월 김 교수를 찾은 25세 남성 환자는 이틀 전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내 한 화장품 공장에서 배선 수리를 하던 중 소량의 불산가스에 1시간가량 노출됐다.
이 환자는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 기운을 느끼다가 증상이 심해지자 병원을 찾은 것. 증상은 호흡곤란, 가슴통증, 기침 및 가래, 몸이 춥고 떨리는 오한 등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폐 손상까지 나타났다. 결국 이 환자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산소호흡기를 착용했으며 해독제 투약 등 38일간 치료를 받은 뒤 겨우 회복했다.
김 교수는 “소량의 불산이라도 인체에 들어가면 몸속 칼슘 및 마그네슘 등과 반응해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심할 경우 갑자기 심장이 멎기도 한다”며 “불산에 노출된 후 감기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심전도 검사와 혈액 검사, X선 검사 등의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연구시설도 불산 안전관리 사각지대
소규모 사업장뿐 아니라 대학 기업 등의 연구시설도 불산 등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월 한국가스학회지에 실린 ‘화학물질 사용 실험실의 안전관리 실태와 인식도’ 논문에 따르면 국내 연구기관 10곳 중 4곳 이상에서 크고 작은 실험실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대학 실험실은 취약지대. 대학 실험실의 경우 사용 중인 화학물질의 정확한 종류와 양을 파악조차 못한 곳이 25%에 달했다. 실제로 수도권 모대학 화학공학과 실험실의 경우 안전장비도 없이 유해화학물질을 섞는 등의 실험을 진행했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화학물질은 미리 등록된 업체가 정해진 차량으로 수송해야 하지만 연구시설에서 사용하는 시약은 택배나 퀵서비스로 운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사를 한 이근원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위험성연구팀장은 “촉매제인 불산은 대부분의 실험실에서 사용하지만 특성에 맞춘 안전대책을 마련해 놓은 곳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구미=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