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박 2선 퇴진론 - 영입 반발 - 경제민주화 갈등… 새누리 점입가경
안대희 위원장
그러나 같은 시간, 바로 위 5층에선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사무실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주섬주섬 짐을 싸고 있었다. 책상 위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비리 전력이 있는 한 전 고문의 영입에 반대하며 사퇴까지 고민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서병수 사무총장이 5층으로 뛰어올라가 “오늘은 입당 기자회견일 뿐이니 지켜봐 달라”고 설득해 간신히 주저앉혔다.
친박(친박근혜) 2선 퇴진론, 당 지도부 퇴진론에 이어 공들여 영입한 외부 인사들의 내부 반발까지 새누리당의 당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안 위원장이 한 전 고문 영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2003년 9월 한 전 고문이 나라종금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에게서 1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에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4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형이 확정된 비리 전력 때문이다. 한 전 고문은 올해 2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안 위원장은 “비리 인사와 같은 자리에서 회의를 할 수는 없다”며 “새누리당의 정치쇄신에 기대를 걸었던 40대들의 실망감도 엄청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호남에서 일부 표를 더 얻을지 몰라도 수도권에서 100만 표가 날아갈 것”이라고 한숨쉬었다. 당시 본인이 대검 중수부장으로 한 전 고문 수사를 진두지휘했다는 점도 반발의 또 다른 이유로 보인다.
박근혜 대선후보의 대선공약을 총괄하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무 거부 의사를 밝히며 “당 지도부 교체도 교체지만 지금 무엇으로 선거를 치를 것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당 구성원들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날 의총에서 일부 의원이 “지역을 돌아다녀 보면 ‘김종인 TV에 나오지 말게 해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등 자신을 겨냥해 인신공격성 비판 발언을 한 데 따른 불쾌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후보, 수습 카드 고심
기획재정위 국감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5일 오후 정부과 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동료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 후보는 일단 본인들의 자발적인 사퇴 의사 표명 없이는 인위적인 지도부 교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대표와 원내대표는 선출직이기 때문에 후보가 사퇴시킬 수 없고, 임명한 지 며칠밖에 안 된 선대위 인사들을 사퇴시키는 것도 후보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후보도 의총에서 제기된 ‘위기론’과 ‘쇄신론’에는 상당 부분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 측은 선대위에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제외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지도부가 일상적인 당무는 보되, 선거와 관련된 업무에선 손을 떼 2선 퇴진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관행적으로 대표는 당연직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됐다. 다른 친박계 관계자는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며 후보가 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 전 박 후보에게 사퇴 의사를 밝힌 최경환 후보비서실장의 거취는 아직 유동적이다. 최 실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말까지 제 거취를 비롯해 당내 혼란을 후보가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