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테이션/더글라스 케네디 지음·조동섭 옮김/456쪽·1만3500원·밝은세상
국내에서 40만 부 판매를 돌파한 ‘빅 픽처’의 미국 소설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신작 ‘템테이션’을 펴냈다. 맛있는 과자 봉지에 자꾸만 손이 가듯 한번 책을 펴면 자꾸펼치게 되는 중독성 높은 소설이다. 밝은세상 제공
이 소설을 꿰뚫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많은 사람이 성공을 위해 달려가고, 그 과정에서 여러 성취를 이뤄낸다. 하지만 만족감보다는 또 다른 성공에 대한 갈증과 열망, 허무가 찾아온다. 성공은 끝끝내 잡을 수 없는 신기루와 같다.
저자의 이름은 기억 못해도, ‘빅 픽처’라는 책 제목은 한 번쯤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2010년 국내에 출간된 ‘빅 픽처’는 40만 부가 넘게 팔렸고 스테디셀러가 됐다. ‘빅 픽처’에서 위기에 빠진 한 변호사의 얘기를 그린 저자는 ‘템테이션’에서는 한 작가의 굴곡 많은 성공기를 숨 가쁘게 그린다. 리듬감 있는 전개와 재치 있는 입담, 그리고 연속되는 반전이 좀처럼 책을 놓기 힘들게 만든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아미티지는 반전의 기회를 얻고, 통렬한 복수에 성공한다. 술술 읽히는 오락 소설처럼 보이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결국 아미티지가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성공에 대한 집착을 버렸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파란만장한 시기를 보낸 뒤 아미티지가 깨달은, 성공에 대한 철학도 곰곰이 씹어볼 만하다. 결국 성공이란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라는 것,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성공은 히말라야에 있는 고봉이 아니라 생각보다 낮고 가까운, 우리 곁의 작은 언덕일 수도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