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물리학/미치오 카쿠 지음·박병철 옮김/616쪽·2만5000원·김영사
지상에서 단추 하나만 누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천 km 상공으로 여행할 수 있는 우주 엘리베이터 상상도. 강철의 108배 강도를 지난 탄소 나노튜브가 등장하면서 우주 엘리베이터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아일보DB
화장실을 나온 남자는 집 안의 모든 가구와 가전제품을 생각만으로 작동시키는 전선을 머리에 두른다. 잠시 후 집 안의 온도가 상승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자 바로 인터넷 창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자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를 읽는다. 화성 기지의 혹한, 고대에 멸종된 검치호랑이 화석의 DNA 복원 소식, 우주 엘리베이터 관광객 운항 소식 등이 흘러나온다.
남자는 초전도 고속도로를 거쳐 출근한다. 자기력을 이용해 자동차와 트럭 등이 모두 도로 위에 떠서 매끈하게 날아가기 때문에 연료 소모가 거의 없다. 그는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자동차나 열차가 마찰력을 극복하는 데 거의 모든 에너지를 소비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저녁에 귀가하니 거실의 벽지 스크린에 로봇 의사가 나타난다. 의사는 “오늘 아침에 화장실 거울에 설치된 DNA 센서가 당신의 췌장에서 암세포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는 암세포가 종양으로 자라기 전에 초소형 나노봇을 이용한 치료를 받기로 한다. 그는 지난해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을 때도 당시 입고 있던 옷에 내장된 칩이 자동으로 구급차를 부르고, 과거의 진료기록과 현재 몸 상태를 구급대원들에게 알려줘 구조됐다. 이 시대에는 옷을 입고 있는 한 온라인 상태다.
이 책은 양자물리학이 100년 후 인간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내다본 미래학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평행우주’ ‘불가능은 없다’를 썼고 TV 과학다큐멘터리 진행자로도 알려진 이론물리학자. 그는 의학, 생명공학, 우주과학 등을 연구하는 첨단과학자 30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현대물리학을 쉽게 해설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급한 과학기술은 이미 알려져 있는 물리학 법칙에 따른 것이며, 모두 이미 시제품이 만들어졌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보면 윌리엄 깁슨의 “미래는 이미 여기에 와 있다. 단지 사방에 고르게 분포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