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0km의 전략적 의미
○ 한미동맹의 성과이자 미국의 동북아 전략
한미 양국이 사거리를 2.7배가량 늘리고 탄도중량은 트레이드오프를 적용해 사실상 3, 4배로 늘려 미사일지침을 전격 타결 지은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강화된 한미동맹의 성과인 것은 분명하다. 토머스 도닐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6일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거리 연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간의 친분 관계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아울러 한국으로서는 북한이 도발했을 경우 최소한의 보복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됨에 따라 군사적 도발 유혹을 느끼는 북한이 멈칫하게 만드는 대북 억지력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늘어난 사거리와 탄도중량을 활용해 이전에는 타격할 수 없던 목표를 다양하게 공격해 충분한 보복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가령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다소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속도가 빠른 탄도미사일로 1차 공격해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기지 등 핵심 군사시설을 무력화한 뒤 상대적으로 속도는 느리지만 정밀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로 2차 공격하는 다단계 보복전략으로 ‘적극적 억지(proactive deterrence)’가 실질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 중국 등 주변국은 반발하겠지만….
다만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에 대해 미국을 제외한 동북아 주변국들의 반응은 당분간 싸늘할 듯하다. 지역 내에서 행동반경을 넓히려는 주변국들에 한국의 미사일 능력 강화는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미사일지침 개정 소식을 접한 뒤 “무인비행체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비공식 협의체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경계하고 나섰다.
2001년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을 주도했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탄두중량 기준을 500kg으로 한 것은 미사일에 대량살상무기(WMD)를 싣지 않겠다는 전제를 담은 것이고 사거리를 800km로 묶은 것도 한반도 중심 방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라며 “정부가 새 미사일지침을 운용하면서 동북아 내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만한 조치는 하지 말아야겠지만 그렇다고 주변국이 이에 대해 우려나 이의를 제기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MD) 체제 가입 가능성은?
일각에선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을 계기로 정부가 미국 주도의 MD 체제로 편입하기 위한 모종의 논의를 주고받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송민순 전 장관은 “미사일 지침 개정의 대가로 미국 주도의 MD에는 동참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MD에 동참하게 되면 한반도를 동북아에서 대립의 최전선에 놓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원식 국방부 정책기획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앞으로도 결코 미국 MD에 참여할 일은 없다. 한반도 작전환경에 맞는 하층방어체계인 한국형 MD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영우 수석도 한국의 MD 참여를 부인하면서 “다만 미국의 MD망에서 수집하는 북한의 군사 활동에 대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한국군이 그런 능력을 스스로 확보할 때까지는 미국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