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선 55% 득표… 야권후보 10%P차 꺾고 4선 에콰도르-볼리비아 등 좌파 정권 장기집권 청신호… 美, 영향력 축소 우려
AFP통신은 8일 대선 개표 결과 차베스 대통령이 54.66%를 얻어 44.73%를 득표한 카프릴레스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수도 카라카스 거리에서는 수만 명의 차베스 대통령 지지자들이 불꽃놀이를 벌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들은 차베스 대통령을 상징하는 빨간 티셔츠를 입고 나와 나팔을 불고 춤추며 당선을 축하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결과 발표 뒤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에게 “국민의 승리”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카프릴레스 후보도 결과를 인정하고 차베스 대통령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이번 대선 승리로 차베스 대통령이 추진해 온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자국 석유자원으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이용해 핵심 지지 세력인 저소득층을 지원해 왔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매장량 2965억 배럴로 세계 1위를 자랑한다. 1998년 한때 1배럴(158.9L)에 약 10달러까지 떨어졌던 유가가 최근 80∼100달러(약 8만9000∼11만1000원)로 상승한 점도 작용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교육 복지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300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그는 선거 기간에는 “연임에 성공하면 기존의 복지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연임으로 줄줄이 선거를 앞둔 남미 좌파 지도자들의 대선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그의 정치적 동지로 손꼽히는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2013년과 2014년 대선에서 3선 연임에 각각 도전한다. 차베스 대통령은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을 이끌며 에콰도르 볼리비아 니카라과 쿠바 등 역내 국가들과 결속을 다져 왔다. 반면 차베스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미국은 남미에서의 영향력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남미에서 가장 높은 살인율로 대변되는 치안 불안정, 18%에 이르는 인플레이션율, 부실한 인프라, 만성적인 전력난 등 고질적인 사회문제도 새로운 임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다. 차베스 대통령의 암 재발 위험도 거론된다. 그는 올해 7월 구체적으로 어떤 암인지 밝히지도 않은 채 암이 완전히 치유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선거 기간 내내 과거의 카리스마 넘치고 정력적인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이에 그가 2019년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