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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찌아 마을엔 “가나다라…” 소리 끊기고

입력 | 2012-10-09 03:00:00

인도네시아 소수족 한글 교육 세종학당 7개월만에 철수
경제지원 갈등-재정난 여파




세계 최초로 한글을 공식 표기문자로 도입했던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 그들에게서 한글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주 부퉁 섬 바우바우 시가 운영하던 ‘세종학당’이 8월 31일 일시 폐쇄됐다”고 밝혔다. 세종학당은 정부가 세계 각지에 설립한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민간이 운영하고 있다.

독자적 언어는 있으나 문자가 없는 찌아찌아족은 2009년 한글을 공식 표기문자로 채택했다. 한국 정부도 올 1월 30일 찌아찌아족을 위한 세종학당을 현지에 설립했다. 학당 운영은 경북대가 국고 지원을 받아 맡아 왔다. 하지만 경북대가 최근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7개월 만에 세종학당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경북대 어학교육원 최승국 실장은 “정부 지원금 3400만 원과 경북대 예산 3600만 원을 합쳐 총 7000만 원으로 세종학당을 시작했지만 현지에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없어 한국인 강사를 파견해야 했다”며 “이러다 보니 비용이 턱없이 부족해 문화부에 알렸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강사로 파견됐던 한국인 교사 정덕영 씨(51)도 세종학당 철수와 함께 귀국했다. 정 씨는 “아이들의 열의가 대단해 신나게 가르쳤는데 정말 아쉽다”며 “2년이 넘도록 지원은 한국인 교사 한 명뿐이니 찌아찌아족으로서는 한국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바우바우 시가 한글 도입에 따른 한국 정부의 지원 등 경제적 효과를 노리고 한글을 도입한 경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한국문화관 설립 등 경제 원조를 원하는 바우바우 시의 기대치와 훈민정음학회, 서울시 등의 실제 지원 사이에 간극이 커 한글 보급 정책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문화부는 “다른 운영 대학을 찾아 빠른 시간 내에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