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월셋집 TV 뜯어 전당포 넘긴 커플

대여한 카메라도 저당잡혀… 받은 돈은 집세-유흥비로 써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다 알게 돼 올해 5월 서울 반포동 원룸에서 동거를 시작한 김모 씨(38) 커플은 한 달에 80만 원인 임차료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게다가 동거를 시작한 뒤 김 씨가 일까지 그만둬 생활비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자 절도 등 전과 12범인 김 씨는 동거녀(33)를 꾀어 범행을 시작했다. 훔치거나 빌린 물건을 전당포에 맡겨 돈을 챙기는 방식이었다. 8월에는 원룸 집기들도 전당포로 들고 갔다. 방에 옵션으로 설치돼 있던 시가 90만 원짜리 42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도 범행 대상이 됐다. 이들은 택시 트렁크에 TV를 싣고 압구정동의 한 전당포를 찾아 40만 원에 TV를 잡혔다.

카메라 대여점도 범행에 활용됐다. 고가의 카메라를 빌린 뒤 이를 전당포에 맡기고 대당 250만∼300만 원을 받았다. 그렇게 당한 대여점이 전국에 25개나 됐다. 카메라를 빌릴 때는 홍보사진을 촬영하려는 커피전문점 점장과 직원으로 행세했다. 그렇게 챙긴 7000여만 원은 모두 생활비와 유흥비로 쓰였다.

카메라 대여점들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되자 서울 서초경찰서는 수사 끝에 원룸에서 이삿짐을 싸고 있는 ‘절도커플’을 붙잡았다. 경찰은 상습 사기와 절도 혐의로 김 씨를 구속하고 동거녀는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