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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때론 연습처럼 때론 영상으로, 참신발랄 연출

입력 | 2012-10-09 03:00:00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 공연 ★★★★




지하 40m원자력발전소에서 촬영한 쿨베리 발레단의 무용 영상물 ‘40m아래’. 탁자를 활용한 춤의 역동성을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포착해 보여준다.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제공

올해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개막작은 스웨덴에서 온 쿨베리 발레단이 장식했다. 이 무용단이 선보인 세 편의 작품은 연습과 공연, 공연과 영상, 빛과 어둠, 무거움과 가벼움의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넘나든다.

첫 작품은 28분짜리 ‘공연중’(크리스탈 파이트 안무·2004년 작). 제목을 통해 ‘지금 우리 공연 중입니다’라고 알려주어야 했을 만큼 공연인지 연습인지가 불분명하다. 객석의 불이 꺼지기도 전에 무용수들은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하나, 둘, 셋… 스텝을 맞추기 위해 단원들이 입으로 박자를 넣고 안무가가 동작을 교정해주기도 하고 잠시 멈춰 대화도 나눈다. 공연 내내 연습 같은 공연, 공연 같은 연습 장면이 교차했다. 이런 구성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무용수의 존재, 삶이다.

두 번째 작품인 ‘40m 아래’는 이 무용단 출신의 알렉산데르 에크만이 안무하고 감독한 19분짜리 영상물(2010년 작)이다. 국내에선 생소한, 영상으로 보는 무용 공연이다. 영상을 촬영한 장소가 지상 40m 아래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라서 붙은 제목이다. 거대한 폐쇄공간에서 흰 가운의 실험실 연구원 차림 무용수 15명이 탁자를 이용한 역동적인 안무를 펼친다. 카메라는 이들을 높은 곳에서 조망하기도 하고 바닥 가까이에서 올려다보기도 하고, 한 무용수의 표정을 화면에 꽉 채우기도 한다. 관객은 오로지 카메라의 시선에 갇혀 있지만 대신 객석에서 얻을 수 없는 다양한 관점을 얻는다. 19분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팽팽한 긴장감으로 끌고 가는 안무가의 연출 능력이 돋보였다.

마지막은 전 쿨베리 발레단 예술감독인 요한 잉게르가 2005년 안무한 ‘검정과 꽃’. 조명은 긴 줄이 달린 전등 하나, 소품은 꽃 한 다발에 불과하지만 무용수 5명은 단순한 조명이 빚어내는 빛과 어둠의 경계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일상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동작들로 발랄한 공연을 펼쳤다.

이 무용단은 2003년 처음 내한해 LG아트센터에서 대머리 근육질의 남자 무용수들이 백조로 등장하는 파격적인 ‘백조의 호수’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매슈 본의 ‘백조의 호수’가 공연되기 두 달 전이었다. 이번 공연은 그때와는 결이 다른 신선함을 보여주며 무용단의 넓은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