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하루 4번 작심 발언… 후보 흔들기 경고안대희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땐 사퇴”朴-선대위의장단 한밤 긴급회동 “지도부 퇴진없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8일 당 일각의 당 지도부 퇴진론에 대해 “지금 여기서 다 뒤엎고 새로 시작하자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자는 얘기나 같다”며 수용 불가 태도를 명확히 했다. 박 후보는 작심한 듯 이날 충청권 방문 일정 동안 3번이나 이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 최경환 의원이 후보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났는데도 지도부와 친박 퇴진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이를 ‘후보 흔들기’로 규정하고 강력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이날 밤 선대위 의장단과 긴급 회동했다. 박 후보는 “지도부 퇴진은 없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전직 비상대책위원들은 이한구 원내대표의 선대위 퇴진을 요구했으며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에 반대하며 사퇴 배수진을 치고 나서는 등 새누리당 내홍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박 후보는 이르면 9일 친이(친이명박)계가 대거 합류한 선대위 인선안을 일부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당내 갈등을 권력투쟁으로 인식
친박 진영에서는 박 후보가 사퇴 불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만큼 더는 지도부 교체론을 공식화하기보다 황우여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스스로 선대위에 불참하고 당무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를 바라는 의견이 많다.
한 친박 관계자는 “후보는 ‘지도부 선대위 불참안’에도 아직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그 정도는 지도부가 결단해 줘야 수습이 된다”고 말했다. 소장파 재선 의원 5명은 이날 저녁 이학재 후보실부실장과 만나 인적쇄신론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지도부 퇴진론의 선봉에 섰던 유 의원과 남 의원은 이날 말을 아꼈다. 그 대신 전직 비대위원들은 이날 저녁 긴급회동을 하고 “후보의 공약인 경제민주화를 백안시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합치하지 않는 발언을 일삼은 이 원내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이 원내대표 실명을 거론하며 선대위 의장단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 朴 “당내 갈등은 권력싸움”… 선대위의장단과 한밤 긴급회동 ▼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우리는 김종인, 안대희 위원장이 우리 당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100% 확신한다. 두 사람이 물러나면 대선 가도가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비서진이 오늘의 사태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서진까지 거론했다. 이들은 “이 길이 아니면 박 후보의 대선 승리는 고사하고 당의 존립조차 위태로워지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고 확신하기에 박 후보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박 후보를 직접 압박했다. 일부 비대위원들은 김무성 전 의원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임명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대희 사퇴 배수진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 후보 측은 안 위원장의 강한 의지를 확인한 뒤 한 전 고문과 접촉해 상임고문 역할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전 고문 측은 상임고문 제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 전 고문도 “국민대통합위원장이 아니면 내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한 핵심 당직자는 “박 후보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며 “안 위원장과 한 전 고문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막다른 길에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와 안 위원장은 9일 정치쇄신특위가 주최하는 ‘국민대통합을 위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에서 만날 예정이다.
朴 “KAIST 명예박사예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전 유성구 KAIST를 방문해 과학자들과 간담회를 연 뒤 본관 로비에 있는 자신의 명예박사 사진을 발견하고 웃고 있다. 대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편 이날 박 후보는 대전·충북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대전 KAIST를 방문해 과학기술인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흔들리는 충청권 민심을 잡는 동시에 이공계 출신인 자신의 장기를 살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대전·청주=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