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발행해 자금 직접 조달… 유로존 구제금융국가 지원 “재원 확충엔 시간 걸릴 듯”
재정위기에 빠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를 지원해 유럽의 위기를 진화하는 ‘소방수’ 역할을 맡은 유로존 상설구제금융기구인 ‘유로안정화기구(ESM)’가 8일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구제금융 지원조건을 합의하지 못한 데다 지원자금 조달에 불확실성이 많아 기대보다는 우려가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SM 이사회 의장을 맡은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8일 첫 이사회를 끝낸 뒤 “ESM 출범으로 유로존은 항구적이고 효과적인 방화벽을 갖추게 됐다. 유로존의 미래를 다시 쓸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ESM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견줄 수 있는 기구”라고 자평했다.
ESM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돈으로 스페인 그리스 아일랜드 같은 유로존 구제금융 국가를 지원하는 자금줄 역할을 한다. 당분간 임시구제금융기구인 유로재정안정기구(EFSF)와 함께 운용되다가 내년 7월부터 재정위기를 방어하는 유일한 방화벽으로 활용된다. 회원국이 지급보증만 하는 EFSF와 달리 ESM은 국채 발행으로 직접 자금을 출연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훨씬 강화됐다고 평가받는다.
ESM의 역할과 구제금융 지원조건의 세부 내용을 둘러싼 회원국간 견해차도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유로존 위기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실은행 직접 지원문제를 두고 독일 네덜란드 등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ESM에 대해 최고 신용등급 ‘AAA’를 부여하면서도 ‘회원국의 취약한 정치적 합의’를 이유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