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1957∼ )
두 청년은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승객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버스 안이었다.
둘은 지휘봉처럼 떨리는 팔을 힘차게 휘둘렀고
그때마다 손가락과 손바닥에서는
새 말들이 비둘기나 꽃처럼 생겨나오곤 하였다.
말들은 점점 커지고 빨라졌다.
나는 눈으로 탁구공을 따라가듯 부지런히 고개를 움직여 두 청년의 논쟁을 따라갔다.
그들은 때로 너무 격앙되어
상대방 손과 팔 사이의 말을 장풍으로 잘라내고
그 사이에다 제 말을 끼워 넣기도 하였다.
나는 그들의 논쟁에서 끓어 넘친 침들이
내 얼굴로 튈까 봐 자주 움찔하였다.
고성이 오갈 때에는 그들도 꽤나 시끄러웠을 것이다.
운전기사가 조용히 좀 해달라고 소리칠까 봐
가끔은 눈치가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버스 안에 두 사람 말고는 딴 승객은 없는 듯 조용하기만 했고
이따금 손바닥 서걱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찰칵, 찰칵, 찰칵. 김기택은 마치 카메라처럼, 감정이나 감상에 흐트러짐 없이 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그는 볼 때, 숨 쉬는 것도 잊었을 듯싶게 본다. 보려고 태어난 것처럼 본다. 거의 들여다본다. 그렇게 포착해서 김기택이 보여주는 사물과 정황은 실제로 눈앞에 놓인 듯 생생하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