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노무현 정부가 반(反)시장적 기치를 들고 나오긴 했지만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만은 추진했으니 경제자유를 완전히 후퇴시키지는 않았다. 이렇게 본다면 이명박 정부는 역설적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걸었던 만큼 경제적 자유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결과는 딴판이었다.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느냐 싶게 서비스산업의 자유화 민영화는 물 건너가 버렸다. 오히려 정부가 시장가격에 직접 개입하고, 주유소를 차리고, 투자를 안 한다고 기업을 압박했다. 노무현 정부 때 폐기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라는 제도가 ‘적합업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다.
기업인들에게는 그나마 괜찮은 시절일지 모른다. 대선판의 가장 큰 화두인 경제민주화는 경제자유를 후퇴시키는 것 일색이니 말이다. 출자총액제한 부활은 투자의 자유를 줄이고, 순환출자 금지는 기업의 형태를 선택할 자유를 줄인다. 대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에도, 그중에서도 특히 의욕적인 중소기업에는 경제민주화가 올가미로 작용한다. 풀무원식품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경제민주화는 기업들의 성장동력을 빼앗는다. 대기업은 규제의 사슬로 묶어 못 크게 만든다. 중소기업은 묶지는 않지만 그 대신 중소기업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좋도록 만들어 성장욕구를 거세해 버린다. 이래서야 늘어날 복지재정을 어떻게 감당하려는가. 대기업만 원하는 청년들의 일자리 수요는 어쩌려는가. 대통령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요즈음 우리의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을 생각나게 한다. 영국은 경제적 자유의 나라였고, 그 덕분에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산업혁명을 일으킨다. 하지만 사회주의 열풍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1945년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영국은 다른 나라로 변해간다. 개인의 책임 대신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선다. 부자에 대한 세금은 치솟고 대기업들은 국유화시켜 버린다. 그것이 시대정신이었다. 하지만 시대정신도 경제법칙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일할 이유를 잃은 영국인들은 게을러졌고, 자유를 잃은 영국 경제는 비틀거리며 ‘유럽의 환자’가 되어 갔다. 1979년 마거릿 대처 총리가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경제자유화를 강행하면서 영국은 비로소 힘과 활력을 되찾는다.
성장이 없으면 복지재원도 마련할 수 없다. 혹자는 복지가 성장을 가져온다고 하지만 틀린 말이다. 성장은 경제적 자유와 기업가정신이 만들어내는 결과다. 경제민주화에만 쏠린 관심을 경제자유화에도 나눠주기 바란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