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위한 ‘혈맹’을 맺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믿음이다.
‘삼국지’ 3대 전투 중 하나로 불리는 관도대전. 원소가 10만 대군을 이끌고 조조를 공격할 때 조조의 부하 정욱은 고작 700여 명의 군사를 데리고 전방의 성을 방어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욱이 목숨을 잃는 건 시간 문제였다. 사태를 직시한 후방의 조조가 수천 명의 군사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정욱은 이에 반대했다. 그는 조조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저를 지원하지 마십시오. 지원군이 오면 원소는 반드시 우리를 공격할 것이고, 더불어 수천 명의 군사만 잃을 뿐입니다. 그러나 허약한 700여 명의 군사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면 원소는 이 성을 그냥 지나칠 것입니다.”
혈맹을 이끌어가는 것은 능력과 노하우, 상대에 대한 배려만이 아니다. 그것은 피보다 진한 믿음이다. 내가 상대를 믿지 않는다면 상대도 불신의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혈맹을 유지하고 싶다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상대에 대해 믿음과 신뢰를 거두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상대는 불신하려다가도 당신의 믿음에 반응해 불신을 신뢰로 바꿀 것이다. 믿음은 유기체다. 그 누구 하나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둘의 의지가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관계의 혈맹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믿음의 혈맹부터 구축해야 한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