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편집실에서 출연 장면을 모니터하는 브라우니의 모습을 개그맨 유민상 씨가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출처 개그맨 유민상 트위터
시청률 20%대를 고수하는 ‘개콘’에서 정 여사는 지난달 내내 코너별 시청률 상위 3위권을 지켰다. 정 여사의 인기를 감안한다 해도 대사 한마디 없는 브라우니에 대한 주목은 놀랍다. 거리 곳곳에서 인형이 대중소 사이즈별로 팔린다. 급기야 인터넷쇼핑몰 ‘11번가’에서는 브라우니 인형의 라이선스 보유업체와 계약을 하고 ‘정품 브라우니’ 판매에 나섰다. 출시 2주 만에 판매액이 3배 이상 뛰었다고 11번가는 밝혔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브라우니 사진이 속속 올라온다. 누리꾼들이 ‘메이크업 받는 브라우니’라면서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용 붓을 물고 있는 사진을, 과거 무명시절의 브라우니 모습을 찾았다며 12년 전 영화 ‘파이란’에 등장한 비슷한 인형 사진을 찾아 올린다. 브라우니가 방송뿐 아니라 농부로도 일한다며 ‘브라우니 투잡’이라는 제목으로 농장에 있는 인형 사진도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브라우니 열애설’이라는 제목과 함께 실제 강아지와 인형 브라우니가 얼굴을 맞댄 스킨십 사진을 띄우기도 했다. ‘개콘’ 제작진과 출연진이 연출하는 브라우니 출퇴근 사진, 편집실 사진 등도 누리꾼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런 연출 사진들은 파파라치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이쯤 되면 ‘연예인’급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벗인 개는 TV에서도 사랑 받는 존재였다. 3년 전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 코너 ‘1박 2일’의 상근이가 그랬고 1990년대 코미디프로그램 ‘쇼비디오자키’ 코너 ‘쓰리랑 부부’에도 ‘행국이’가 등장했다. 상근이나 행국이나 다 살아있는 개였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가짜 강아지가 인기를 모으는 것은 처음이다.
성인들의 퇴행적인 인형놀이일까? 어린 시절 갖고 놀았던 장난감이나 인형에 커서도 열광하는 아이 같은 감성의 어른들을 말하는 ‘키덜트’(Kidult) 문화 말이다. 그런데 주변에 물어보니 브라우니 현상에는 뭔가 다른 게 있다고 한다. 문화평론가 정여울 씨는 “정 여사가 진짜 부자가 아니라 부자인 척하는 ‘가짜 부자’라는 것을 ‘가짜 강아지’인 브라우니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이런 점에서 브라우니는 정 여사의 아바타인 셈”이라고 말한다. 즉, ‘있는 사람들이 더한’(정 여사 코너의 마지막 멘트) 졸부에 대한 비판, 상류사회의 우아한 여성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만 감출 수 없는 속물근성을 ‘가짜 강아지’가 빗댄다는 것이다.
김지영 기자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 이나미 원장은 “‘개콘’의 오랜 팬이지만 브라우니가 이렇게 뜰 줄은 몰랐다”면서 “주변의 반응 중에 ‘시끄러운 주장과 악플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브라우니처럼 침묵하며 들어 주는 대상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는 말이 제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