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배짱영업 단속 현장
취재진 막는 코스트코 서울시가 10일 의무휴업일을 지키지 않은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 3곳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여 압박에 나섰다. 이날 영등포구 양평점에 단속반과 동행 취재하려는 기자들을 코스트코 관계자(가운데 안경 낀 남성)가 막아서자 취재진이 휴대전화를 꺼내 이를 촬영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0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코스트코 양평점에 서류더미를 든 양복 차림의 공무원 10여 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한가롭게 카트를 밀며 쇼핑을 즐기던 주부들은 놀라 뒷걸음질쳤다.
코스트코 측은 공무원증을 일일이 확인하며 단속반을 제외한 취재진 등 다른 관계자들의 입장은 철저히 막았다. 코스트코 직원들은 “단속 공무원을 제외한 취재진은 들어갈 수 없다”면서 “사진 촬영도 안 되니 나가 달라”며 제지했다.
○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가 10일 코스트코 양평점에서 옥내 소화전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는 이날 3시간에 걸쳐 총 41건을 적발했지만 중랑구 상봉점에서 자체위생관리기준을 지키지 않아 과태료 50만 원이 부과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비상계단 조명등이 꺼져 있고 엘리베이터 표시등이 고장 났다는 정도다. 이날 서울시의 집중단속이 큰 효과가 없으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해당 점포는 이미 시와 구에서 정기적으로 관련 점검을 받고 있었기 때문. 시는 조리용 칼 도마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미생물 검사를 의뢰하고 영업장 내 돼지고기와 쇠고기도 수거해 검사를 맡겼다.
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의무휴업일인 14일에도 코스트코가 영업을 재개하면 2차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한마디로 ‘누가 이기나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시와 코스트코 사이의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규정이나 사회정서를 무시하는 코스트코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서울시가 과도한 공권력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이날 코스트코 집중단속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진 적법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강희은 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코스트코는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위반한 첫 사례”라며 “영업제한을 준수해 달라고 2차례나 본사를 방문해 당부했지만 별 반응이 없었고 영업이익에 비해 과태료 3000만 원은 제재 수위가 약하기 때문에 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과장은 “단속부서에서 검토한 결과 단속횟수에 제한이 없고 시나 구에서 자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 법적 한도를 벗어난 과잉 단속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코스트코의 배짱 영업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트코는 지난달 각 매장이 속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정부 정책(영업제한)을 따르다 보니 오히려 소송을 낸 다른 업체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며 “영업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주 일요일 문을 열겠다”고 통보했다. 애초에는 의무휴업일을 지켰지만 다른 업체가 소송을 통해 영업을 재개한 게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 의무휴업 규정도 허점
이날 양평점에서 쇼핑을 하던 주부 박모 씨(37)는 “법을 지키지 않아 처벌을 하려는 건 이해하지만 눈에 불을 켜고 꼬투리를 잡으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차라리 과태료를 더 많이 부과한다거나 영업매출에서 일정 부분을 환수하는 방법처럼 관련법이나 규정을 고쳐 제재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