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라곤 달랑 4과목 치고 프린트 한장 놓고 종일 수다…혁신학교는 무슨… 노는 학교지”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7일 올라온 글이다. 혁신학교 A중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가 썼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2009년 처음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좌파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서울 광주 강원 전북 전남 지역으로 확산됐다. 지난해 181개교에서 올해는 354개교(6월 기준)로 늘어났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8일 “혁신교육지원법을 제정해 혁신학교를 전국적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혁신학교의 상당수는 중간고사를 안 본다. 시험을 치르는 학교도 시험 과목은 일반학교에 비해 크게 적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혁신학교는 이렇게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 교육청으로부터 해마다 평균 1억800만 원씩을 지원받는다.
자녀를 서울의 혁신학교인 D초등학교에 보낸 학부모는 “혁신학교로 바뀐 뒤 기말고사만 보는데, 100% 서술형이라 학생들이 아예 손도 못 대는 경우도 있다”며 “큰아이는 그나마 고학년이라 괜찮은데, 내년에 입학하는 작은아이는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반학교와 다른 수업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혁신학교 E중의 F 군은 “수업 시간에 모둠끼리 토론한 결과를 제출하면 다음 시간에 선생님이 틀린 점을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확실한 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어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의 불만이 엄살이 아니라는 지표도 있다.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혁신학교 181곳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일반학교보다 높았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강은희 의원(새누리당)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혁신학교는 국어 2.6%, 수학 5.1%, 영어 3.1%였다. 일반학교는 각각 1.9%, 4.4%, 2.9%였다.
한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혁신학교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비율은 지난해 24.4%로 전국 평균(12.3%)보다 2배가량 높았다. 특히 전체 교원 중 전교조 교사 비율이 절반 이상인 혁신학교는 24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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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