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노세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핵탄두를 돌려받고 싶다면 돈을 지불해야 할 거야.”
극적 효과를 위해 뜸을 들인 닥터 이블은 이렇게 소리친다.
일동 웃음. 지도자들은 너무나 소박한 액수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요즘 미국 대선 캠페인을 보면 이 장면이 자주 떠오른다. 워터게이트사건이 터진 뒤 미 의회는 선거자금법 개정에 착수했다. 의원들은 개인기부금을 1000달러 이하로 제한하고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는 비용의 상한을 두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덕분에 지미 카터와 제럴드 포드가 맞붙은 1976년 대선에서 두 후보가 쓴 돈은 각각 3500만 달러 정도였다.
36년이 지난 올해 대선을 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진영은 9월 한 달 동안 1억81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았다. 몇 년 전만 해도 국가재정에서 선거비용을 지원받는 것은 주요 후보가 됐다는 상징이었다. 오늘날 후보들은 어떤 제한에도 얽매이길 결코 원하지 않는다.
4년 전 법이 개정되면서 오바마는 더이상 국가재정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혜택을 누렸다. 당시 그는 7억5000만 달러를 모았다. 반면 존 매케인은 국가재정 지원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법에 따라 8400만 달러로 선거를 치러야 했다. 이번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와 오바마는 각자 최소 10억 달러 이상 쓸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국민을 만나는 것보다 돈을 모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미 해군 아카데미에 따르면 오바마는 하루에 모금행사를 여섯 번 개최한 적도 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짐 밥 주니어라는 변호사를 아는가. 그는 선거자금 제한을 없애려고 줄곧 노력해온 인물이다. 밥 변호사는 제한 철폐야말로 수정헌법 제1조에 부합하며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많은 미국 시민은 자기 선거구 의원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산다. 캠페인 비용을 늘리면 국민이 정치와 선거에 접근할 기회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제한 없이 돈을 쓴다고 해서 시민들이 선거에 임하는 자세가 적극적으로 변하진 않는다. 쉴 새 없이 TV 선거광고를 쏟아 부어봤자 식상한 시민들은 채널을 돌리거나 TV를 꺼버릴 뿐이다.
선거자금 제한 철폐의 더 큰 위험은 이렇게 정치로 흘러들어간 돈이 언제든 부정부패와 연결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의회를 보라. 어떤 위원회에 소속된 한 의원이 그들이 다루는 해당 사안과 관련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대선에 들어가는 자금은 의원 후원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큰 목돈이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무시할 수 있는 액수가 결코 아니다. 만약 롬니가 당선된다면, 과연 그가 애덜슨의 의견과 다른 이스라엘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확신하기 어렵다. 금권선거는 민주주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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