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환 사건이후 교류 활발… 미제사건 잇따라 해결
8월 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발생한 일명 ‘서진환 성폭행 살인사건’을 계기로 검찰과 경찰이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면서 완전범죄로 끝날 뻔했던 성폭행 사건들이 속속 해결되고 있다. 당시 경찰은 서진환이 살인에 앞서 저지른 다른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몸에서 체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맡겼으나 ‘동일 유전자 정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대검찰청 데이터베이스(DB)에는 2004년에 성폭행 사건으로 수감됐던 서 씨의 DNA 정보가 있었다.
DNA 정보만 공유했어도 서진환의 1차 범행 직후 붙잡을 수 있었지만 검경 간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살인을 막지 못했다는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후 검경은 각자 가진 DNA DB를 서로 실시간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그 결과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2005년 12월 25일 창원시 의창구의 한 주택에서 초등학교 여학생(당시 12세)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이모 씨(42)를 7년 만에 붙잡았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범인의 정액을 채취했으나 DNA를 대조할 데이터가 없어 범인을 잡지 못하고 미제사건으로 남겼다. 하지만 검경이 DNA 정보를 공유하기로 하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경찰은 7년 전 성폭행 당시 현장에서 확보한 DNA 자료와 검찰 데이터를 비교해 범인이 이 씨임을 밝혀냈다. 이 씨의 DNA 정보는 그가 지난해 7월 특수절도죄로 창원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채취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은 DNA 정보를 서로 건네받는 데 사흘 정도 걸리지만 앞으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되면 더 많은 미제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창원=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