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허는 올 시즌 미PGA 투어에서 한차례 우승하는 등 유력한 신인상 후보다. 행운으로 진출한 PGA투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한동해오픈에 출전 중인 존허의 모습. 인천|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tomato99@donga.com
美 PGA투어 퀄리파잉 턱걸이서 ‘슈퍼 루키’ 등극까지
상금 500달러 경기서 우승 경험 발판
한국투어 이어 미국 진출 자신감으로
올 시즌 상금랭킹 28위…신인상 유력
텍사스 집도 장만…“마음가짐 똑같아”
○미니투어 우승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철저히 준비했다고 해도 루키 시즌에 이만한 성적을 거둔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우승은 더더욱 어렵다. 미PGA투어 첫 우승을 목전에 둔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허는 미니 투어(미국 각지에서 열리는 지역 대회)에서 우승 경험을 쌓으며 프로데뷔를 준비해 왔고 이것이 엄청난 효과를 냈다.
펩시 트와일라잇 투어도 그 중 하나. 오후 1시에 티오프를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각 지역에서 볼 좀 친다는 선수들끼리 모여 각자 참가비를 내고 겨루는 대회다. 125달러를 내고 출전해 우승하며 500∼600달러를 상금으로 받는다. 존허는 이런 대회에서 2번 출전에 한 번 꼴로 우승을 했다. 존허는 “작지만 그런 경기에서 우승 경험을 쌓은 것이 도움이 됐다. 이것이 우승이구나 하는 느낌은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한국투어에 도전하는 발판이 됐다”고 밝혔다.
자신감 하나만 믿고 2008년 말 KPGA의 외국인선수(존허의 국적은 미국)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해 출전권을 따냈다. 2010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최경주를 꺾으며 깜짝 우승을 거뒀다. 그때 우승은 PGA투어 도전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고, 도전 끝에 성공이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마야코바 챔피언십 우승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당시 베테랑인 로버트 앨런비(호주)와 무려 8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존 허는 “마지막 날 워낙 스코어가 많이 벌어져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비웠었다. 그런데 오전조로 출발한 선수들의 성적이 잘나오는 것을 보면서 오늘 스코어를 많이 줄일 수 있는 코스 세팅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자신감 있게 시작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결승전이 열리던 날 오전 날아든 ‘희소식’도 베테랑 선수와의 8차 연장 승부에서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그는 “최종라운드가 열리던 날 아침에 형으로부터 ‘BBCNBANK’에서 후원이 확정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날 내가 우승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텐데, 아직 여물지 않은 내 가능성을 인정해줬다는 사실에 마치 날개를 단 것 같았다. 덕분에 연장의 중압감도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환경 달라졌지만 마음가짐은 같다
기대 이상으로 화려한 시즌을 마친 존허는 겸손했다. 스물 두 살의 나이에 상금으로만 30억 원 가량을 버는 스타가 됐고, 6월에는 최경주, 위창수 등 선배들이 사는 텍사스 주 댈러스에 집을 장만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그는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좀 무감각하다고 할까. 분명히 주변 환경은 좋아졌다. 하지만 내 스스로는 변한 것이 없다고 느낀다. 생활도 비슷하고 마음가짐도 똑같다.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 상금은 성적에 따라 부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상금을 많이 획득해 기분은 좋지만 성적 그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골프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존허는 올해 투어챔피언십 최종전 진출을 이뤄내면서 내년 4대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그는 “올 시즌에 아쉬운 점은 없다. 너무나 만족스럽다. 내년에는 메이저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경험을 쌓아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