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감독. 스포츠동아DB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준PO) 3·4차전을 부산 서면의 롯데호텔 합숙으로 준비했다. 오직 야구에만 전념하는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구단의 의지가 작용했다. 그러나 일부 롯데 팬들의 ‘극성’은 이런 경계망도 가뿐히 뛰어넘었다.
롯데가 11일 3차전에서 패하자 그날 밤 롯데 선수단이 묵는 호텔 방으로 괴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호텔 전화번호야 알았다 쳐도, 용하게도 호텔 데스크까지 통과한 것이다. 호텔에선 데스크를 거쳐 객실로 외부 전화가 연결되는데, 어떻게 소개를 했는지 양승호 감독을 비롯해 박정태 타격코치, 송승준 등 코칭스태프와 주요 선수들의 방에까지 정체불명의 전화가 닿은 것이다.
설마 호텔로까지 일부 극성팬들 전화가 걸려올까 싶었던 양 감독이나 선수들이 화들짝 놀란 것은 당연지사. 양 감독은 12일 4차전을 앞두고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놓으며 웃었지만, 섬뜩한 마음도 없지는 않았을 터. ‘연예인 사생팬’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만 되면 이처럼 얘기가 달라진다. 과도한 기대감이 빚어내는 심리적 압박감을 못 견딘다고 볼 수밖에 없다. 11일 밤의 협박전화 사건은 홈에서 더 경직되는 롯데의 현실을 설명하는 조각일지 모른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