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위 1군-22사단 국감“CCTV 지운 흔적 없었다… 날짜 잘못 입력해 녹화안돼”“부하들에게 미안할 따름”… 1군사령관 한동안 울먹여
“철책 넘는데 1분도 안 걸려” 북한군 병사가 귀순한 강원 고성의 육군 22사단 예하 최전방 일반소초(GOP) 철책 앞에서 조성직 22사단장(왼쪽)이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조 사단장은 “병사에게 재연시켜 보니 철책을 넘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북한군 병사가 철책을 뚫고 GOP 생활관 문을 두드려 귀순 사실을 알리기까지 군 경계태세의 문제점을 집중 추궁했다. 고성=사진공동취재단
조성직 육군 22사단장(소장)은 12일 소초 현장을 찾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북한군은 9월 28일 저녁 음식물을 훔치다 상관에게 적발돼 싸우고 다음 날 새벽 경계근무를 서던 중 탈영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이 병사가 이용한 방식을 숙달하면 철책을 넘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 사단장은 “북한군 병사(신장 160cm, 몸무게 약 50kg)보다 10cm 크고 몸무게가 10kg이 더 나가는 우리 병사에게 철책을 넘도록 실험했다”면서 “처음에는 4분이 걸렸는데 두 번, 세 번 하니까 1분 이하로 걸렸다”고 말했다.
북한군 병사는 철책을 넘은 직후 바로 옆 초소로 갔지만 남측 병력을 만나지 못한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해당 초소는 경계 병력이 이동 순찰할 때 특이사항을 점검하는 기점으로 평소에는 비어 있다. 이후 이 병사는 250m 떨어진 동해선 경비대 생활관 문을 두드렸고 반응이 없자 다시 30m 이동해 소초 생활관 문을 두드리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
12일 강원 원주의 육군 제1군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성규 1군사령관이 북한군 귀순과 관련된 업무보고 과정에서 “부하들에게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원주=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정승조 합참의장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중징계하겠다”고 보고했다. 중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등 3가지가 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허위 보고로 범죄가 인지된 만큼 군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임천영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허위보고죄, 초령위반죄, 명령위반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백인주 국방부 검찰단장은 “합참 전비태세검열단과 협의해서 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성=공동취재단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