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스웨덴 한림원은 중국 소설가 모옌(57)을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국내에선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소설에는 중국 근현대사의 생생한 단면이 전통의 구전문학과 서구 사실주의 기법으로 버무려져 있다. 가장 중국적인 서사와 기법으로 세계에 통하는 보편적 가치를 획득한 것이다. 모옌이 중국 국적의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차지하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등 2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에 이어 중국도 노벨문학상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
▷경제력과 군사력만 아니라 문화적 역량으로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인정받는 중국의 시대가 막을 올리는 것일까. 저임금 노동력을 기반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은 이제 경제대국에서 문화대국을 향해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다. 값싼 제품을 상징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의 멍에를 뛰어넘어 문화 콘텐츠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소프트파워 강국의 길로 전진하고 있다. 부럽고 아쉽다. 우리나라에도 뛰어난 건축가와 작가들이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프리츠커상도, 노벨 문학상도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