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를 말하다/임진모 지음/328쪽·1만5000원·빅하우스
이 책엔 한국 가요계의 정사와 야사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여 있다. 20여 년간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인터뷰와 취재자료, 리뷰 등을 토대로 만든 41명의 가수 이야기집이다. 이미자 신중현 조용필부터 서태지와 크라잉넛까지 시대를 주름잡았던 가수들의 음악철학과 음악 외적인 사연이 담겨 있다. 가수를 말하겠다고 했지만 실은 해당 가수가 만들어온 음악의 궤적을 따라 한국 가요사를 짚어본다는 데 의의가 있다.
41명으로 한국 가수들과 가요계를 모두 읊을 수 있을까. 책의 첫 장을 넘기기 전 의구심부터 든다. ‘과연 이 가수를 다뤘을까’ 하는 두 번째 의심은 ‘영원한 전설’, ‘K-pop 아이콘’ ‘고인이 된 아티스트’ 등 CD 트랙을 연상시키는 목차 앞에서 힘을 잃게 된다. 예상 가능한 가수들은 물론 가요계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가수들도 시쳇말로 ‘깨알같이’ 실려 있다. 이 모든 의혹을 비웃기라도 하듯 저자는 가수마다 10쪽 내외로 알차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지루할 틈이 없다.
읽다 보면 소개된 일부 곡을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소개된 곡들을 모두 담은 CD가 수록돼 있어서 책을 읽는 동시에 음악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