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연암/간호윤 지음/356쪽·1만5000원·푸른역사
2003년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펴내며 국내에 고전 읽기 열풍을 일으킨 고전평론가 고미숙 씨는 연암 박지원(1737∼1805)에 대해 ‘근대화되기 전 조선사회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적 사유를 한 매력적인 지식인’이라고 평했다. 그가 남긴 글은 오늘날의 시각에서도 ‘파격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그렇기에 연암을 어떠한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 또한 쉽지 않다.
국문학자로 연암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연암과 동시대를 산 동료 학자 및 가족, 후손, 그리고 연암 자신 등 11명의 필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연암의 다양한 면모를 이야기하는 형태의 독특한 평전을 펴냈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 또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해학적으로 비판한 인물로만 바라볼 때 놓칠 수 있는 연암의 입체적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연암은 스스로를 ‘조선의 삼류선비’라 칭했다. “술 권하는 과거(科擧)의 나라, 이 조선에서 태어난 나는 열일고여덟부터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 서른넷에 과거를 포기하는 대신, 술과 벗, 글쓰기와 제자들을 얻었다. 내 병든 삶을 치유해준 소중한 만남들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