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미국은 최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항공모함을 파견한 데다 일본 오키나와에 F-35 전투기 배치 계획을 발표하고, 수직이착륙 수송기 MV-22 오스프리를 배치했다.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계속 중-일 갈등을 덮으려 한다. 하지만 댜오위다오 분쟁에 한국과 일본 간 독도 분쟁까지 가세하면서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동아시아 조약 질서를 주도하며 벌인 사사로운 이익 챙기기와 추한 행동은 덮을 수 없게 됐다.
이번 변화에서 미국은 수혜자이면서 피해자다. 중-일이 계속 마찰한다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주도적 지위는 굳건해질 것이다. 미-일 군사동맹 체제는 유지 강화될 것이다. 지역 내 국가들은 중국이 온갖 문제에 트집을 잡을까 우려해 점점 미국에 의지해 중국을 제어하려 할 것이다. 반대로 동아시아 질서의 구성원인 각국이 서로 관계가 좋아지고, 나아가 형제처럼 된다면 동아시아는 다른 방향의 ‘변화’를 맞게 된다. 미국이 큰형 노릇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는 구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일 간 영토 문제가 전면 대립으로 확대돼 심지어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이것은 미국이 절대로 원하지 않는 일이다. 무인도 하나 때문에 미국이 전쟁에 말려드는 것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 경제는 이로 인해 출렁이고 쇠퇴해 미국은 무역과 금융에서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번 영토 분쟁이 동아시아의 안보 질서를 뒤집는다면 동시에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힘써 구축해온 동아시아 조약 및 법률 질서도 뒤집힌다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의 우익 인사들이 ‘위안부’, ‘난징대학살’과 자신의 침략 역사를 부인하는 이유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조약 질서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영토와 군국주의 잔존 세력 등의 문제에서 일본을 보듬고 더 약해지지 않도록 했다. 유럽에서 독일이 했던 것과 달리 일본의 군국주의는 철저히 청산되지 않았다.
중국 러시아 한국이 손을 잡고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확대해 일본에 다시 한 번 역사청산을 요구한다면 2차 대전 후 동아시아 질서의 법률 기초에 해를 미치게 된다. 또 이 지역에서 미국의 주도적 위치에 대한 합법성에도 해를 미친다.
댜오위다오 분쟁은 장기판의 ‘졸’과 같다. 하지만 동아시아 정치라는 큰 판과 관계돼 있다. 중국에는 “문제 해결은 당사자가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미국은 현재 중-일, 한일 간 영토 분쟁에 대해 단순히 ‘중립’이라고 말하며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미국이 일본의 극단적 민족주의를 제어하지 않으면 동아시아 영토 분쟁은 동아시아 안보 질서의 붕괴를 불러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