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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외건설 제2의 붐… 현장을 가다] 삼성물산, 인도 월리타워 주상복합 공사

입력 | 2012-10-15 03:00:00

두바이서 쌓은 초고층 기술 명성, 뭄바이서 활짝




인도 뭄바이 오피스지구에 83층과 52층 높이의 주상복합빌딩 2개동을 건설하는 월리타워 프로젝트 현장. 현지 인력만 2000명가량이 참여해 땀을 흘리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두두둥!’ ‘빵빵!’

지난달 19일 인도 뭄바이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서는 정신을 쏙 빼놓는 큰 북소리가 끊임없이 울려댔다. 연달아 터지는 폭죽 소리는 ‘폭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차들이 멈춰서 사방에서 경적을 울렸지만 코끼리 형상을 한 ‘가네샤’ 탄생 축제를 맞아 거리에 나온 행렬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거리는 차에, 사람에, 소까지 뒤엉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신들의 나라잖아요. 수천 명의 신이 있는 나라인 데다 종교별로 휴일이 다 달라 하루가 멀다 하고 축제예요.” 이런 모습을 처음 봐 얼떨떨해하는 기자에게 삼성물산 뭄바이 현장의 안상현 사원은 ‘이 정도는 애교’라며 웃었다.

○ 인도에서 초고층 명성을 잇다

다음 날 오전 슬레이트 지붕에, 창문에는 유리창도 없고 하루에 두 번 급수를 한다는 뭄바이 슬럼가를 지날 때는 전날의 북적임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10분여를 달리니 서서히 높다란 고층 빌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뭄바이의 빌딩 붐을 반영하듯 사방에서 빌딩을 짓는 크레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불과 하루 새에 차례차례 나타난 인도의 전혀 다른 세 가지 모습에 어느 것이 인도의 본모습인지 혼란스러웠다.

고층빌딩 건설현장 한가운데 삼성물산의 월리타워도 ‘키 높이기’에 속도가 붙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월리타워 프로젝트는 인도 뭄바이 중심지에 83층과 52층 높이의 주상복합빌딩 2개동을 건설하는 공사다. 현재 전체 공정은 7.3% 정도로 A동은 5층, B동은 4층 높이까지 올라왔다.

수주액 4억8700만 달러(약 5406억 원)로 인도의 전문 부동산업체인 오베로이그룹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를 건설한 삼성물산의 명성을 듣고 먼저 사업을 제안해 성사됐다. 타이베이 101빌딩과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 시공에 이어 2010년 1월 완공된 부르즈 칼리파를 통해 얻은 초고층 빌딩 부문에서의 명성이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하는 사례다. 828m 높이인 부르즈 칼리파는 세계 고층빌딩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부르즈 칼리파 현장을 지휘했던 홍태식 소장은 “이제 이곳에서 또 한 번의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월리타워 현장을 이끄는 홍 소장을 통해 두바이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이곳으로 옮겨왔다.

전문 인력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초고층 기술력도 힘이다. 홍 소장은 “사실 30∼40층 빌딩이야 우리가 현지 업체와 비용 경쟁이 안 돼 지을 수 없다”라며 “단, 60층 이상 초고층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콘크리트를 압축해 쏘아 올리는 ‘콘크리트 수직압송기술’과 정밀한 수직도 관리를 통해 현실화한 초당 8m 이상의 엘리베이터 속도 등은 저가로 밀어붙이는 인도 현지 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노하우라고 했다.

삼성에서 파견된 관리인력 30명에 인도 현장인력만 2000명에 이른다는 설명을 듣고 위에 올라 내려다보니 양 타워를 중심으로 밑에서 끊임없이 철근을 나르는 현지 인부들이 마치 ‘점’처럼 촘촘히 있었다.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15분의 휴식시간을 맞아 지하 1층 자재창고에 있던 인력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줄줄이 위로 올라왔다. 땀을 닦고 공사장 밖으로 나가 삼삼오오 모여 얘기도 하고 바나나, 사과 등 과일을 먹으며 기력을 보충했다.

현장에서는 컨설팅을 위해 방문한 본사 이인용 기술위원과 미국 로스앤젤레스법인 소속 공사 스케줄러 폴 카이저 씨도 만날 수 있었다. 이 위원은 “초고층 프로젝트는 주어진 기간 안에 빌딩을 올려야 해 이 속도라면 공기를 맞출 수 있는지를 체크한다”라며 “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전문 인력을 활용해 끊임없이 컨설팅을 하는 것이야말로 삼성이 가진 능력”이라고 자랑했다.

현지 인력들은 ‘한국인들은 워커홀릭’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곳에서 8개월 넘게 일해왔다는 스리니바스 씨(37)는 “뭄바이의 랜드마크가 될 빌딩 건설 현장에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며 “삼성의 공사현장은 안전규율도 강하고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는 등 다른 공사현장과는 아주 다르다”라고 말했다.

○ 몬순, 음식, 문화와 싸운다

인도 뭄바이 월리타워 프로젝트 현장에서 홍태식 현장소장(가운데)과 김창선 공사팀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이 설계도면을 보며 즉석 회의를 하고 있다. 뭄바이=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겉보기에 순조로운 현장에도 ‘장애물’은 있다. 홍 소장은 “러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이집트 두바이 등을 누볐지만 인도 음식은 힘들다”며 “여기 음식은 먹었다 하면 탈이 나니까 지친다”고 전했다. 6∼9월의 몬순 시즌이면 음식이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패스트푸드를 사다 먹곤 했지만 며칠 걸러 한 번씩 직원들이 배탈이 나다보니 아예 건설현장 컨테이너 안에 한국 식당을 차렸다.

문화적인 차이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장 관리팀의 김인식 차장은 “휴일을 정할 때도 종교 간의 알력이 있다”라며 “매년 각 종교 대표들이 모여 어느 날을 쉴지 상의해 휴일을 정하는데 그 과정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인도인들의 유별난 가족사랑과 유창한 영어를 동반한 ‘말발’도 어려움의 하나다. 이들은 조금만 열이 나면 찾아와 “나 오늘 말라리아에 걸린 것 같다”고 말하고, “가족이 아파서 일할 수 없다”는 말도 예사로 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삼성물산 직원들 사이에서는 인도라는 거대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넘쳤다.

완공 예상 시기는 3년여 뒤인 2016년 1월 말.

삼성물산 서남아총괄장 강호봉 상무는 “1980년대는 중동에서, 90년대는 동남아에서 동력을 얻었다면 장기적으로 인도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월리타워 현장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뭄바이=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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