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길수록 비싸게 팔고… 조기예약-비수기땐 할인 판매
○ 유효 기간과 각종 조건에 좌우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티켓의 유효 기간(오픈 기간·왕복항공권의 돌아오는 티켓을 쓸 수 있는 기간)이나 환불 규정과 같은 ‘티켓 조건’ 때문입니다. 항공사는 유효 기간이 짧은 티켓을 싸게 팝니다. 이런 티켓을 구매한 소비자는 일정을 변경할 가능성이 낮아 항공사로서는 고객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비행기표 값이 천차만별인 근본적인 이유는 항공사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 차별화’ 전략을 쓰기 때문입니다. 가격에 민감해 일찍부터 예약하거나 여행 수요가 적은 비수기에 맞춰 왕복으로 항공권을 사는 고객에게는 비행기표를 싸게 팝니다. 반면 출발을 며칠 앞두고서 허겁지겁 표를 찾는 손님에게는 비싸게 받는 거죠. 급한 업무로 당일 또는 다음 날 표가 필요한 사업가들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비행기표를 살 것이라고 판단하는 겁니다.
○ 여행사 영업 전략도 가격 차에 한몫
비행기표 가격은 항공사뿐 아니라 여행사의 가격 정책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항공사들은 비행 일정이 잡히면 여행사들에 일반 소비자가보다 싸게 수십 석, 많게는 100석 이상 속칭 ‘블록’(여러 좌석을 묶어 판다는 의미)으로 판매합니다. 일종의 도매인 셈이죠.
여행사들이 이렇게 블록으로 사들인 좌석을 갖고 얼마나 이익을 붙이느냐, 혹은 할인 이벤트를 하느냐에 따라 비행기표 가격은 달라집니다. 보통 여행사들은 항공사보다 이익을 많이 붙이지 않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사는 비행기표뿐 아니라 호텔 및 다른 관광 상품을 함께 묶어 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항공사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통상 여행사에서 사는 비행기표가 싼 이유죠.
○ 등급 업그레이드 ‘행운’의 비밀은
항공사들은 통계 전문가를 동원해 특정 일에 특정 장소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몇 명쯤이 예약을 하고도 오지 않을지를 예측합니다. 가령 ○월 ○일 ○시 비행기의 과거 비행기록을 토대로 20% 정도의 예약자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그만큼의 비행기표를 추가로 팝니다. 항공사로서는 빈자리를 남기지 않고 출발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여행객들 사이에 ‘체크인을 늦게 하면 좌석 등급을 업그레이드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진 것도 사실 항공사의 이런 영업 방식에 영향을 받은 겁니다. 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던 고객들이 와서 좌석이 부족하면 이코노미석의 예약자를 비즈니스석에 태워주는 사례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죠.
최근 말레이시아의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아시아가 인천공항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으로 가는 편도 요금의 가격을 일시적으로 2000원에 내놨습니다. 공항세(2만8000원)를 합쳐도 3만 원 수준이니 정말 싼 가격이죠. 하지만 행사 기간이 끝나면 다른 저비용 항공사의 가격과 비슷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요금 결정 방식도 기존 항공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비행기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 등을 최소화하고 인건비 등을 줄이는 전략으로 요금을 크게 낮춘 겁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