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충무초 학생들이 8일 교내에서 진행된 추수·탈곡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벼 탈곡하기(왼쪽)와 떡메치기(오른쪽)를 하고 있다.
어느 시골 농촌마을에 가을 잔치가 열린 것일까? 아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 도심 한복판 초등학교의 풍경이다.
요즘 서울 등 도시지역의 일부 초등학교에선 때아닌 추수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교육현장에서 ‘친환경 교육’이 교과학습과 인성교육,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교육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학생들에게 실제 무공해 벼농사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매일 자신의 모판을 들여다보며 벼가 어떻게 자라는지, 모양과 색깔은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하고 그것을 ‘관찰일지’에 적었다.
반가운 친구도 생겼다. 벼메뚜기, 풀무치, 논거미 등 도시에선 보기 어려운 곤충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 어느새 참새까지 날아와 둥지를 틀었다. 학생들은 ‘참새로부터 벼를 지키겠다’면서 난생처음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웠다. 벼 기르는 재미에 푹 빠진 3학년 김정민 군(9)은 “전에는 친구끼리 늘 게임 관련 얘기만 했는데 벼를 기르기 시작한 후로는 친구들끼리 곤충과 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재밌어졌다”며 달라진 교실 분위기를 전했다.
이 학교 이재관 교장은 교내 벼농사를 진행하면서 자연물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에 큰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기르는 벼는 물론이고 교내에 산재한 풀과 작물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는 것. 벼농사를 지으면서 함께 교내 텃밭에서 기른 야채를 급식에 내놓으니 야채를 안 좋아하는 학생들도 식판을 ‘싹싹’ 긁어 먹는다고 설명했다.
‘학교판 벼농사’에 동참하고 있는 서울 구로구 서울천왕초 조진희 교사는 현재 많은 학교가 텃밭 가꾸기를 진행하지만 벼농사 체험이야말로 ‘효과 만점’의 자연교육이라고 말했다. 조 교사는 “이전부터 교내 텃밭을 운영했지만 학교 직원이 관리를 전담하고 학생들은 관련 수업 때 가끔 구경하는 수준이었다”면서 “모내기, 천연 비료 만들어 주기, 추수하기 등 친환경 벼농사 전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은 물론이고 우리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커졌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