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용의자 X’ 주인공 류승범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000년 형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나쁘거나’로 데뷔한 뒤 그는 3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쉼 없이 달려왔다. ‘품행제로’ ‘아라한 장풍대작전’ ‘방자전’ ‘부당거래’…. 이 작품들을 보며 관객은 그를 좌충우돌하는 ‘돈키호테형 배우’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18일 개봉하는 ‘용의자 X’는 그에 대한 이런 선입견을 지워버릴 만한 영화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인터뷰가 있던 날. 류승범은 영화 속 캐릭터처럼 알이 큰 뿔테 안경에 회색 카디건을 걸친 ‘햄릿형’ 차림으로 나타났다. 그에게 “연기 변신이 돋보였다”고 하자 “나도 (캐릭터가) 새로웠다. (방은진) 감독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다”고 말했다.
석고는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여성을 위해 모든 걸 헌신하는 요즘 보기 드문 남자다. 류승범도 이렇게 한 여자를 위해 목숨 거는 스타일일까. “스스로 봐도 바람둥이는 아닌 것 같아요. 사람 만나면 오래 만나는, 몇 사람과 깊이 사귀는 스타일이죠. 그런 점에서는 석고와 닮았습니다.” 그는 동료 배우 공효진과 10년 가까이 만나다 얼마 전 헤어졌다고 알려졌다.
석고는 사회성이 부족한 은둔형 외톨이다. 그가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장소는 특이하게도 ‘물속’이다. “영화에서 산소호흡기 없이 잠수해야 했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액션 신을 찍을 때는 다치는 게 당연한 것처럼, 현장에서는 완벽해야죠.” 수영을 못해 물에 대한 공포가 심한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매니저도 함께 잠수해야 했다.
이 영화는 방 감독이 2005년 ‘오로라 공주’ 이후 처음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배우 출신인 방 감독은 배우들에게 ‘혹독하기로’ 악명이 높다. “캐릭터에 대해 디테일하게 계속 주문해요. 배우로서는 상당히 피곤한 감독이죠. 하하. 연기가 마음에 안 들면 시연까지 하니….”
그와 동갑내기인 이요원은 2010년 ‘된장’ 이후 2년여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제가 여배우 ‘울렁증’이 있어요. 근데 (이요원은) 아주 털털하더라고요. 어떤 것도 흡수하려는, 열려 있는 배우였어요. 현장 스태프와 잘 융화하는 ‘까탈’이 없는 배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