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이후 졸업자 중 장편 상업영화 메가폰 단 2명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의 산파 역할을 해온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2005년 이후 연출과 졸업생 77명 중 장편 상업영화를 제작한 감독은 단 2명뿐이다. 한때 ‘감독 사관학교’라고 불리며 아카데미를 졸업한 것이 영화계에서 ‘스펙’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소리가 나온다.
아카데미는 실무능력을 겸비한 영화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1984년 설립됐다.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다. 영화발전기금은 정부 출연금과 극장 관람료의 3%의 부과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아카데미 운영에는 관객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쓰인다. 최익환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은 “아카데미는 100% 영진위 예산으로 운영되고 학생들은 200만 원가량의 입학금을 지불하지만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가 과거의 위상을 잃은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대학의 영화 관련 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등 아카데미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영화를 찍기 위한 장비가 귀하던 이전과는 달리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등을 활용해 누구나 영화를 만드는 시대가 됐다. 이 때문에 아카데미가 영화감독의 등용문이 되던 시절은 끝났다는 것이다.
10기 졸업생인 송낙원 건국대 예술문화대 영화전공 교수는 “2000년대 중반 입봉 감독들이 많은 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는 전체 영화의 6분의 1 정도에 그쳤다”며 “6명 중 1명만 차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침체기였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일부 졸업생은 아카데미 교육 방식이 영화 산업의 협업 환경을 잘 구현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아카데미는 교육과정이 연출 전공자 중심으로 짜여 연출자와 프로듀서, 촬영팀이 하나로 움직이는 실제 현장과 다르다는 것이다. 아카데미 전체 인원 중 연출 전공자들이 반수를 넘는다. 영화 제작을 위해서는 촬영감독이나 프로듀서 인력의 외부 영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바로잡습니다]10월 16일자 A27면
◇본보 16일자 A27면 ‘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 눈을 씻고 찾아봐도…’ 기사 중 ‘최영익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은 ‘최익환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의 잘못입니다. 최익환 원장께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