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영국 공영방송 BBC의 유명 진행자였던 지미 새빌(1926-2011)의 아동 성범죄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새빌에게 성학대를 당했다는 피해 여성은 이달 초 10여 명이었지만 이제 100여 명으로 늘어났으며, 지금까지 파악된 혐의만 340건에 달한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문화 발전과 사회봉사에 앞장서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은 새빌이 흉악한 아동 성폭행 범죄자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영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그의 무덤 표지석은 파헤쳐졌고, 기사 작위 박탈까지 거론되고 있다.
새빌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줄리 퍼난데즈 씨는 "소파에서 그의 옆에 앉았는데 손으로 내 다리와 팔, 허벅지 등을 더듬었다. 2초, 3초, 4초가 너무 길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중적인 인기를 이용해 여학교와 병원에서 소녀들을 유린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빌이 방문했던 병원의 환자였다는 레베카 오웬 씨는 "당시에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만연했고 참아야만 했다. 그의 방으로 가는 '운 좋은 아이'가 누가 될 것이냐는 냉소적인 대화도 했었다"고 말했다.
새빌이 BBC의 분장실이나 스튜디오에서 다른 연예인들과 함께 어린 소녀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BBC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명성에 큰 타격을 입은 BBC는 결국 대국민 사과를 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조지 엔트위슬 BBC 사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방송사가 그의 아동 성범죄 사실을 알고도 새빌의 명성 때문에 이를 묵인했는지 외부 인사에게 의뢰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영국 최악의 아동 성범죄라 불리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해 영국인들은 "사건의 중심에 놓인 새빌은 이미 숨졌지만 진상을 철저히 밝혀 어떤 식으로든지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 정치권과 수사 당국 또한 사회 지도층의 아동 성범죄를 중대 범죄로 규정, '무덤을 뒤져서라도 단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2006년과 2007년에도 새빌의 아동 성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였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중단한 바 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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