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로 꼽힌 에릭 홉스봄(사진)이 최근 타계했다. 홉스봄이 서술한 마르크시즘의 핵심은 무엇이며 그는 현실 사회주의를 어떻게 바라보았나. ID: mysoc*** 》
홉스봄의 마르크스주의 역사이론은 자신의 역사이론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저작 ‘역사론’에 잘 나타나 있다. 홉스봄은 자신을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물질적 생산력과 생산의 사회적 관계를 받아들일 때에만 역사의 일정한 방향과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회관계 단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역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점에서 그는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홉스봄은 스탈린주의 역사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을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롭게 발전시키려 했다. 첫째, 그는 역사에서 이데올로기, 문화, 전통 등 상부구조의 다양하고 능동적인 역할을 인정함으로써 토대와 상부구조의 경제결정론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둘째, 그는 미시사와 거시사를 모두 고려하여 전체적인 역사서술을 하려고 했다. 셋째, 계급 결정 과정에서 계급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밝혀 기계론적 계급이론을 수정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넷째,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추구하여, 그동안 상대적으로 무시되었던 하층 영역에 위치한 노동자, 농민, 산적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새롭게 관심을 집중했다.
홉스봄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을 진정한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으로 여기지 않았다. 홉스봄과 구소련 사이의 불화는 오래된 것이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사회주의 학생동맹에 가입하면서 사회주의 경력을 시작했던 1932년에 이미 그는 당시의 소련을 비판했다. 그때 그는 동료와 논쟁하면서 소련이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에 소련에서 공산주의자가 실패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1956년 소련의 헝가리 침공 사태를 보면서 홉스봄은 소련과 소련에 의존하고 있는 영국 공산당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강성호 순천대 사학과 교수
강성호 순천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