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호준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둔 15일 집 근처 호텔에서 외박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아들이 학교 가는 소리에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경기 당일인 16일 오전 11시에 일어나 카레라이스와 계란 2개를 먹었다. 정규시즌에서 이렇게 먹고 홈런을 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이호준이 플레이오프에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당연히 팀 승리를 위해서다. 하지만 그를 더 간절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골든글러브다. 그는 1994년 데뷔했지만 한 번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에 더 절실하다. 그는 정규시즌에서 127경기에 지명타자로 나와 타율 0.300, 18홈런, 78타점을 기록했다.
16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이호준은 “골든글러브를 위해 타격감을 최고조로 올려놨다. 삼성 이승엽도 지명타자가 아닌 1루수 후보로 나선다니 이번이야말로 내 차례”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규정대로라면 이호준 말대로 이승엽은 1루수 골든글러브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이승엽은 올 시즌 126경기에 나와 1루수로 76경기, 지명타자로 50경기를 선발 출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골든글러브 후보는 가장 많은 경기를 출전한 포지션을 기준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홍성흔은 “이승엽만 없다면 해볼 만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미친 선수’가 되면 이호준을 제치고 5년 연속 황금장갑을 낄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차전에선 이호준이 2회 선제 솔로홈런을 날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홍성흔에게도 기회는 많다. 골든글러브 수상일인 12월 11일에 누가 웃게 될지 벌써 궁금하다.
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