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자문회사 레코프에 따르면 올해 1∼9월 일본 기업의 외국기업 인수합병은 364건이었다. 돈이 넘쳤던 버블의 말기인 1990년에 기록한 역대 최다 인수합병(247건)을 크게 웃돈다.
일본은 지난해에도 외국기업 인수합병에 7조3264억 엔(약 102조9600억 원)을 들여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 건수 기준으로는 지난해 474건으로 2010년보다 23% 늘었다.
소프트뱅크는 15일 미국의 통신회사인 스프린트 넥스텔의 지분 70%를 201억 달러(약 22조26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 기업의 인수합병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다.
일본 대기업들이 외국기업 인수에 힘을 쏟는 이유 중 하나는 저출산 고령화로 자국 내수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일본이 저출산 고령화로 다양한 리스크를 안고 있어 위험한 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해외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
은행 돈을 빌리기도 쉽다. 대기업들은 외국기업 인수 자금을 일본 국내 은행에서 1%대의 초저금리에 빌릴 수 있다. 소프트뱅크 역시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 미쓰비시도쿄(三菱東京)UFJ 등 대형 은행에서 1조6000억 엔을 빌려 스프린트를 인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 차입을 통한 몸 불리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업실적이 받쳐주지 못하거나 금융위기로 은행권이 대출 회수에 나서면 치명적인 결과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