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코·오토… 첨단기술이 미래를 앞당겼다
○ BMW 7시리즈의 진화
1994년 나온 3세대 모델의 세련된 실내외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은 BMW가 대형차 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대형세단도 스포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자동차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3세대 모델이 도입한 컬러모니터는 이후 고급차의 상징이 됐다.
○ 얌전해지고 안정화된 5세대 모델
안으로 들어가면 계기판이 10.25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바뀐 것이 눈길을 끈다. 모니터에 그래픽으로 계기판처럼 표시하는 방식이어서 다양한 정보의 표시가 가능하다. 계기판의 바탕색과 숫자, 바늘 등이 콤포트, 스포츠, 에코 프로의 3가지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바뀐다.
○ ‘출력과 연비’ 두 마리의 토끼를 사냥
기존 5세대 750Li의 실제 서울시내 주행 연비는 L당 5km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다. 고속도로에서도 겨우 10km를 넘겼다. 동력성능은 뛰어났지만 럭셔리 대형차를 타는 값을 톡톡히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스위치를 눌러 운전모드를 ‘에코프로’로 바꾸면 냉난방 장치와 히팅 시트 기능 등이 절약모드로 바뀌고 시속 50∼160km에서 가속페달을 떼면 엔진과 기어가 분리돼 주행저항도 크게 감소시켜준다. 이에 더해 냉각수 펌프, 오일펌프,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도 효율적인 관리로 에너지 소모를 줄였고 차체의 공기저항까지 감소시켜 종합적으로 최대 25%의 연비 향상을 이뤘다고 BMW 측은 밝혔다. 실제 에코프로 모드로 주행해봤더니 서울시내 주행에서 L당 6km 안팎의 연비를 보였으며 고속주행에서는 13km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 다양한 편의·안전 기능 추가
새롭게 들어간 기능도 많다. 체형에 따라 시트 안장과 등받이 부분의 길이와 폭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맞춤형 시트에 앉은 것처럼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다.
뱅앤올룹슨의 하이엔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새롭게 들어가 오디오가 주는 현장감은 더욱 풍부해졌다. 1200W에 이르는 오디오 시스템에는 16개의 스피커가 연결된다.
○ 주행성능은 큰 차이 못 느껴
자동변속기와 엔진의 성능이 올라가 가속성능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운전자에게 느껴지는 파워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미 400마력 이상으로 충분한 출력이어서 기존 모델보다 42마력이 올라갔다고 해서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핸들링이나 고속주행 안정성도 기존 모델과 사실상 같았다. 첨단 전자장치의 발전으로 인한 주행성능의 향상을 제외하면 BMW를 포함한 독일 브랜드의 기계적인 진화는 정체상태에 이른 것 같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타이어의 소음이 이전에 탔던 750Li보다 커졌다는 것이다. 차에 끼워진 피렐리 타이어의 소음 특성 때문인 듯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