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그룹 쿨의 멤버 김성수 씨의 전처 강모 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도주했던 제갈 씨가 이날 오후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붙잡혀 서울 강남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Y 화면 캡처
살해범은 이 가게에 자주 다니던 제갈○ 씨(38)로 이날 혼자 가라오케를 찾아 강 씨 일행 옆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제갈 씨는 가수 채리나 씨에게 알은척을 하면서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 달라”며 시비를 걸었다. 그러면서 강 씨 일행과 말다툼을 벌였다.
제갈 씨는 술집 건물 뒤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에서 흉기를 들고 와 강 씨 일행을 향해 휘둘렀다. 가게 안에는 손님과 종업원들이 있었지만 실내가 어두워 제갈 씨가 흉기를 들고 오는 모습을 알아채지 못했다. 흉기를 휘두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강 씨 일행은 손 쓸 틈도 없이 봉변을 당했다. 가라오케 내부는 중앙무대를 중심으로 바텐더와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만 조명이 있을 뿐 나머지 공간은 어두운 편이었다. 결국 흉기에 찔린 강 씨는 숨졌고 야구선수 박 씨는 옆구리와 배를 찔려 건국대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일행 이 씨와 김 씨도 각각 얼굴과 팔을 찔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채리나 씨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
사건이 벌어진 업소는 트랜스젠더가 공연하고, 여성들을 위해 남성 스트립 댄서가 쇼를 하는 곳이다. 업소 운영자는 10여 년 전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이를 촬영했고 나중에 이 동영상이 유포돼 물의를 빚었던 H 씨로 알려졌다. 일본인 등 외국인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 접대가 이뤄지기도 하는 이곳은 연예인이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KBS에서 방영된 한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이 업소는 당분간 영업을 중단할 방침이다.
강 씨 일행은 이날 업소 내 별도 룸으로 돼 있는 가라오케에서 술을 마시다 트랜스젠더 공연을 보기 위해 중앙무대 쪽으로 온 뒤 제갈 씨와 시비가 붙었다.
경찰 관계자는 “제갈 씨가 차량에 흉기를 싣고 다녔던 이유와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건은 16일 강남구 역삼동에서 치정관계로 칼부림이 벌어져 2명이 숨진 지 하루도 안 돼 벌어졌다.
한편 이날 오전 한 인터넷 매체는 숨진 여성이 그룹 쿨의 멤버인 유리(본명 차현옥·36)라고 잘못 보도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해당 언론사는 기사를 삭제했지만 유리 소속사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