洗: 씻을 세 耳: 귀 이
허유의 자는 무중(武仲)으로 양성(陽城) 괴리(槐里) 사람이었다. 그는 사리가 분명해 한 치도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는 선비였다. 허유의 성품을 높이 평가한 요 임금은 자신의 자리를 그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요 임금은 사신을 보내 허유가 은거하고 있는 기산(箕山)에 찾아가게 했다.
그런데 허유는 제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더욱이 임금이 그를 구주(九州)의 수장으로 삼으려 한다는 사자의 말을 듣자, 그는 ‘들으려 하지 않고 영수 가에서 귀를 씻었다(不欲聞之, 洗耳於潁水濱)’는 것이다. 때마침 그의 친구 소부(巢父)가 송아지를 끌고 와 물을 먹이려다가 허유가 귀 씻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그 까닭을 물었다. 허유는 소부에게 “요 임금이 나를 불러 구주의 수장으로 삼으려 하기에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이런 연고로 귀를 씻고 있었네(堯欲召我爲九州長, 惡聞其聲, 是故洗耳)”라고 말했다.
‘세이(洗耳)’를 실행한 허유나, 그런 말을 들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호되게 지적한 소부의 절개와 지조는 정치의 계절인 오늘 이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