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에 생기를 불어넣는… 가을의 여왕, 레드
① 샤넬 ‘루주 알뤼르’ 98호 ② 이브생로랑(YSL) ‘루주 퓌르 쿠튀르 베르니 아레브르’(11호) ③ 바비브라운 ‘크리미 매트 립컬러’ 제나 ④ 랑콤 ‘압솔뤼 누드’ 로즈퍼플 ⑤ 디올 ‘루주 디올’ 779일루전 ⑥ 맥 ‘러시안 레드’ ⑦ 에스티로더 ‘퓨어컬러 비비드 샤인 립스틱’ 파이어볼 ⑧ 헤라 ‘쉬어홀릭’ 큐빅레드
올가을을 휩쓴 열정과 매혹의 컬러, 레드 립스틱을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한 자리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한자리에 모인 여기자들은 모두 평소 색조화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 우려가 앞섰다.
그런데 기우였다. 그저 쓱, 바르는 것만으로 강렬하면서도 극적으로 동료들의 스타일을 바꿔놓는 레드 립스틱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다들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품평회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소심했던 여기자들은 품평회가 끝날 때쯤 몰라보게 과감해져 있었다.》
브랜드별 담당자들의 추천
에스티로더 ‘퓨어컬러 비비드 샤인 립스틱’ 파이어볼=진주 펄이 포함된 독특한 광택. 동양인이 좋아하는 밝은 레드. 3만9000원.
바비브라운 ‘크리미 매트 립컬러’ 제나=뛰어난 발색과 지속력의 선홍빛 레드. 3만8000원.
샤넬 ‘루주 알뤼르’ 98호=선명한 오렌지빛 레드. 샤넬의 이번 시즌 핵심 컬러. 3만9000원.
디올 ‘루주 디올’ 779일루전=순수 레드로 원래 입술색을 자연스럽게 강조. 3만9000원.
랑콤 ‘압솔뤼 누드’ 로즈퍼플=장밋빛으로 스킨라인처럼 촉촉한 자연스러움. 3만9000원.
맥 ‘러시안 레드’=맥 아티스트와 해외 스타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통 레드. 2만7000원.
여기자들의 평소 입술 상태
김현진=색이 선명한 입술. 어떤 립스틱을 발라도 결국 원래의 붉은 입술 색으로 회귀하는 일명 ‘레드홀’.
염희진=가늘고 긴 입술. 입술에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
강유현=작고 도톰한 입술. 색깔은 흐린 편.
‘레드 립스틱’의 화려한 변주
김=“차례대로 써볼까요. 우선 에스티로더는 야광색이 돌아서 풀 메이크업, 세련된 옷이 받쳐줘야 멋이 날 것 같죠?”
강=“두껍지 않게 잘 발리는 느낌은 좋은데 ‘아이돌’스럽게 많이 튀는 화사한 레드라 옷이나 다른 화장을 맞추지 않으면 어색할 수 있겠어요. 상대적으로 바비브라운은 바르기가 정말 어렵네요. 매직이나 크레파스로 바르는 것처럼 뻑뻑해 정성스레 발라야 할 것 같아요.”
박=“하지만 바비브라운은 이것 하나 바른 걸로 존재감이 확 살아서 신기하네요. 강 기자는 당장 클럽이나 파티에 가도 좋을 만큼 화사해졌어요. 바르기 전엔 이렇게 강한 색일 줄 몰랐는데 정말 효과가 크네요.”
김=“바르는 기술이 좀 필요할 듯하지만 빨간 립스틱의 최대 리스크인 이에 묻어날 위험은 없을 것 같아요. 레드 립스틱이 잘못해서 이에 묻으면 정말 흉하잖아요. 어쨌든 여기자들 모두에게 섹시하고도 강렬하게 잘 어울려요!”
염=“그러게요. 막상 써보니 저도 레드 립스틱이 은근히 받는군요! 헤라로 넘어가볼까요. 일단 수분감이 참 좋아요. 잘 발리고 지우기도 쉬워 평소에 부담 없이 바르기엔 좋은데 색이 차분해 나이가 들어 보이는 건 단점이네요. 반면 샤넬은 프레젠테이션하는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바른 것처럼 프로페셔널한 레드 느낌이 물씬 나요.”
김=“샤넬은 정말 덜 튀는 고급스러운 빨강이랄까. 여성스러우면서도 지적이네요. 다들 여태 왜 안 바르고 다녔어요?”
박=“샤넬, 디올 차이점을 모르겠어요. 점점 혼란스러워져요.”
김=“디올은 샤넬과 흡사하긴 한데 어떤 의상에나 어울릴 수 있는 무난한 레드예요. 부드러운 조직감이 좋고 리스크가 없는 색이네요.”
강=“그 대신 디올은 산뜻한 맛은 좀 덜해요. 랑콤은 립글로스를 바른 것처럼 자연스럽고 튀지 않네요. 자줏빛이 좀 추워 보이는 느낌을 줘요.”
김=“맥은 상당히 매트해요. 1990년대 캠퍼스를 떠돌던 입체화장도 떠올라요. 강렬한 존재감 덕에 트렌드세터들이 좋아할 것 같네요.”
강=“와, 정말 화보 모델들이 바를 만한 과감한 색이네요. 옷을 섹시하게 잘 입어야 하지 않을까요. 공포영화 느낌의 스산함에, 얼굴도 창백해 보이는 효과가 있고. 염 기자는 맥을 바르니 ‘전도연’ 분위기가 나요.”
염=“맥은 확실히 편안한 레드는 아닌데, 뭔가 거부할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요. 인상이 강해지는 효과도 있군요.”
김=“염 기자에게 착 달라붙은 듯 맥이 잘 받아요. 일을 다부지게 해낼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립스틱이네요. 이브생로랑은 향기도 좋고 촉촉하고 색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립스틱과 틴트를 섞은 제품을 써보기는 처음인데 저한테는 이게 베스트네요.”
염=“반짝반짝한 색감은 예쁜데 발라보니 양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요. 전 스틱형이 편한 것 같아요. 끈적거려서 겨울에 바람 불면 머리카락이 들러붙지 않을지도 걱정되고….”
강=“피부가 흰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밀착력이 마음에 쏙 드네요.”
여기자가 뽑은 베스트 3 제품
정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