誹:헐뜯을 비 謗:헐뜯을 방 之:어조사 지 木:나무 목
요(堯) 임금은 백성을 자식처럼 여기고 어진 정치를 행한 전설상의 천자다. 그는 교만하지 않았고 백관(百官·모든 벼슬아치)들에게도 공명정대했으며, 공과 사도 분명했다. 방제(放齊)라는 신하가 요 임금의 아들 단주(丹朱)를 천자로 추천했지만, 덕이 없고 싸움을 좋아해 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사악(四嶽·동서남북의 우두머리, 원로를 뜻함)이 요 임금과 아무 상관이 없는 순(舜)을 추천했다. 순은 백성들을 잘 인도했고 모든 관리를 잘 총괄하는 사람이었다. 빈객 접대도 정중하게 잘했고 하천 관리도 손색이 없었다. 요 임금은 순에게 제위를 물려주었다.
요 임금은 백성을 다스리는 데 행여 잘못이 있을까 언제나 걱정하고 두려워했다. 요 임금은 궁궐 문 앞에 큰 북을 하나 달아놓고 이 북의 이름을 ‘감간지고(敢諫之鼓)’라고 지었다. ‘감히 간언하는 북’이라는 뜻이다. 요 임금은 자신이 정치를 하면서 잘못을 범하는 것을 누구든지 발견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북을 쳐서 말하도록 했다. 또 진선지정(進善之旌·선으로 나아오게 하는 깃발)도 설치해 뒀다. 길에 깃발을 세우고 누구든 깃발 아래 서서 좋은 의견을 말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런 정치를 두고 한나라 효문 황제는 이렇게 칭송했다. “옛날에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 조정에는 선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깃발과 헐뜯을 수 있는 나무가 있어 다스리는 이치에 통하게 하여 간언하는 자들을 오게 했다(古之治天下, 朝有進善之旌, 誹謗之木, 所以通治道而來諫者.”(사기 효문본기·孝文本紀)
그러니 어떤 방식으로든 민심을 듣는 것은 위정자의 책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