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트겅체첵 담딘수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
거리에서나 캠퍼스에서나 한국 사람들은 무척 바쁘게 움직인다. 나도 사람들과 더불어 똑같이 발걸음이 빨라진다.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같이 뛴다. 열차를 타고는 ‘내가 왜 이렇게 뛰었지? 나는 다음 열차를 타도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음 열차를 탈 때는 또 뛰게 된다. 이미 ‘빨리빨리’ 문화에 푹 빠져버린 듯하다. 예전에 학회 참석차 터키를 방문했다가 유명 관광지에 들르게 되었다. 그때 터키인 관광가이드들이 필자를 한국인으로 생각하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한국말로 “자, 빨리빨리 갑시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아, 이제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전 세계에 보급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을 모델국가로 여기고 있다. 1960년대 초반 일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한국은 2012년 현재 2만 달러 수준으로 올라갔는데 이런 급격한 변화를 보인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게다가 다른 선진국이나 고소득국가가 보유한 지하자원이나 특별한 자산도 없이 전란으로 피폐한 나라가 이렇게 눈부시게 발전했기에, 거의 신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재 음식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패스트푸드(fast food)가 아닌 슬로푸드(slow food)로 쏠리고 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만들고 먹는 음식에는 느린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음식의 맛과 향, 그리고 정성까지 느낄 수 있는 여유 있는 식사 시간을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마찬가지로 무조건적인 ‘빨리빨리’ 문화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여유를 즐기고 현재의 풍요를 한껏 느끼며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삶의 방식이 한국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어쩌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심각하게 빠져있는 필자 자신이 몽골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찾기 위해서 느긋한 삶의 방식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기보다는 누려야 할 대상이 아닐까.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앞뿐 아니라 옆도 보면서 살아가자.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닫힘 버튼을 누르기보다 바깥에서 뛰어오는 사람을 챙겨보고 열림 버튼을 누르면서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기를 기대해 본다.
어트겅체첵 담딘수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