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교수
美 캘리포니아大 캠퍼스별 모집
국립대 간 교수 교류는 활용은 잘 안되고 있지만 이미 있는 제도다. 학점 교류 역시 교환학생제도를 통해 서울대에서만 매년 지방 국립대생 300∼400여 명이 학점을 취득해 간다. 그것을 뛰어넘는 교수와 강의 교류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한 인터넷 과학자 사이트에 지방 거점 국립대의 어떤 이공계 교수는 다음과 같이 토로하고 있다. “국립대가 통합되더라도 교수, 학점, 강의의 교류라는 것은 꿈에 가까운 일입니다. 부산에 있는 교수에게 강원도 가서 수업하라고 하면 누가 좋아할까요? 대전에 있는 학생이 수업 들으러 전라도에 갈까요? (중략) 그리고 교수가 다른 학교로 옮기고 나면 그 밑에서 공부하던 대학원생들도 함께 가야 하고, 애써 세팅해 놓은 실험기계들 다 싸매 들고 옮겨야 합니다. 몇 년에 한 번씩 이 짓을 해야 한다니….”
국립대 체제인 유럽에서는 그동안 아비투어나 바칼로레아 같은 대학입학자격시험만 통과하면 대학에 진학해 대개는 전국적으로 유사한 학제하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60여 년 지속된 평등주의, 평준화 대학 체제를 벗어나기 위한 제도 개혁이 한창이다. 유럽의 고등교육 제도가 미국과 아시아 대학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질 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필요에도 부응하지 못하고 급속히 낙후되고 있는 탓이다.
無경쟁 벗어던지는 유럽 대학
프랑스는 1968년 사태 직후 대학가가 극도로 정치화되면서 학문적 교육적 원칙과 무관하게 좌우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분산됐던 종합대들을 재정비하고 있다. 엘리트 직업학교인 그랑제콜, 석·박사 학위를 통한 학문 후속세대의 양성과 대중적 고등 교육을 맡았던 대학, 연구소의 삼두체제로 나뉘었던 교육 연구 단위를 합쳐서 지역별로 26개의 연합체를 만들었다. 각 대학과 대학 연합체에 재정, 인사, 학제, 학생선발 등의 자율권을 줘 특성화와 경쟁을 유도하는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파리 남부 대학 연합체는 30억 유로가 넘는 집중 지원을 통해 엘리트 대학으로 육성되고 있다.
독일도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무료 교육에서 탈피하기 시작했고 100여 개 종합대 중 엘리트 대학 10개를 뽑아 집중 지원하며 특성화와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고 주 정부가 담당하던 많은 권한을 대학에 이양, 자율성을 확보케 하고 있다.
현재 지방 국립대 중에는 해양학, 지역개발학, 일부 공학 분야 등 전문성에서 서울의 어느 대학보다도 우월한 수준을 지닌 곳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과 차별화되는 지역적 특성을 살렸거나 지역 내의 지자체, 대학, 기업들 간의 자율적인 협력체제의 구축으로 전문화를 추진한 결과다. 이런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드는 데 투자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국공립대 통합과 공동학위제는 허상(虛像)이다. 정치인들이 정체불명의 개혁안을 들고나와 혼란스럽게 하기보다 국립대들이 각기 자율과 책임 속에서 발전 전략을 만들어 시행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다.
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교수 mjinpar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