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우영창 (1956∼ )
해피가 짖는다
왜 네 이름이 해피였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한쪽 귀가 짜부라져 해피인지
다리 하나가 절뚝거려 해피인지
해피인 채로 내게 건너와
너는 나의 해피가 되었다
지금도 네 이름이 해피인지는
알 길이 없다
가끔은 무섭도록 네가 보고 싶다
우리에겐 깊은 공감이 있었다
세상은 그걸 몰랐다
그 나이가 지났다
네 순한 눈동자가 닫힐 때
나는 어디 있었던가
나는 안다
나는 그 순간
너와 함께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어둠 속에서
내 눈동자 물기 가득
앞발을 들고
네가 지금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몸이 성치 않은 해피, 유기견 한 마리를 잠시 맡은 적이 있었나 보다. 천수를 누렸더라도 그 개가 죽었을 만큼 긴 시간이 지나도록, 그 개를 떠나보낸 데 대해 시인은 가슴이 저리다.
‘네 순한 눈동자가 닫힐 때/나는 어디 있었던가/나는 안다/나는 그 순간/너와 함께 죽어가고 있었다’
이 절절한 중얼거림! 저버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내게 의존하는 존재들을 버릴 권리가 내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로맹 가리는 소설 ‘흰 개’에 썼다. 부자로 산다는 건 복된 일이다. 약한 존재의 믿음과 사랑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